쎄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나는 트민녀임에 분명하다.
토요일 수원 회의를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래서였나보다.
그날 지하철에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해대서
걱정의 쓰레드를 남긴 것도 이럴 줄 알고 그랬었나보다.
토요일 밤부터 열이 나는 듯하고
온몸이 쑤시는 듯도 하고
입안은 금방 소태로 변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게 되었고
그냥 누워서 잠만 청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코로나 19랑은 증상이 비슷한 것도 같고 조금은 다른 듯도했다.
그리고는 어제 일요일은 나에게 지워진 날이었다.
왜 꼭 병원이 안하는 토요일 밤부터 아픈것이냐. 나는.
지난번 코로나19도 그래서 아플만큼 혼자 끙긍대다가 월요일 오전에야 병원에 갔었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일요일에 가려던 아버지 납골당은 내 컨디션과
눈 내리는 도로 컨디션이 맞물려 못갔다. 불효녀이다.)
오늘 월요일은 우리 가족에게는 중요한 날이었다.
남편은 두 번째 항암 주사를 맞는 날이었고
아들 녀석은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남편 이슈도 있고 회사에서 시켜주는 것이라 날을 한참전에 잡았는데 그것이 오늘이었다.
남편은 신촌, 아들은 공덕에 아침 일찍 내려주고 오면 되겠거니해서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워놨는데 덜컥 내가 아픈거다.
게다가 오늘 다섯시 반쯤 식전에 먹는 갑상선호르몬약과 혈압약, 고지혈증약을 먹으러 일어났다가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나 싶었는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아들 녀석의 말이다.
나는 그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침 두 명 다 일어나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었을때 그랬었으면 어쨌을까나.
오늘 큰 행사를 앞둔 두 사람이 나를 오히려 주무르고 도닥이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119를 부르자는데 나는 싫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질릴 만큼 많이 가보았고(부모님들을 모시고 가느라)
그곳의 대기 시간과 시스템에 온갖 검사를 하다가 더 지칠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누워만 있었더니
기립성 저혈압 쇼크가 약하게 온 모양이다.
학교 앞 지난번 내시경 검사를 한 병원은
아무리봐도 머리를 잘 썼다.
평일 8시 30분부터 진료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병원에 사람이 만원이다.
특히 주말을 나처럼 아팠던 사람들에게는 댕큐일 따름이다.
8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대기하면서 열을 재니 38℃이다.
그렇게 열이 많다고는 못 느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까 넘어지느라 부딪친 엉덩이와 허리가 더 아픈데 말이다.
그리고는 코로나19 검사와 독감 검사를 하기 위해 코를 쑤셧고
얼마 뒤 나는 A형 독감 확진자가 되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독감이면 이번 주 모두 병가 처리를 할 수 있지만 마냥 쉬기에는 불편감이 있다.
이번 주에 식사 약속이 3개였는데 이것은 다 취소하면 될 것이고
내일은 나의 주 수업 학년인 2학년 과학시험이 1교시이고(질문도 받아야하고 문제 이상 여부도 확인해야한다. 그리고 나서 조퇴하면 되겠다.)
수요일 점심 시간에는 음향업체 사장님과 뮤지컬 강사님과 축제 관련 논의를 하기로 했는데(약속을 미룰 수는 없으니 점심 시간에만 다녀가야겠다.)
수, 목요일 보강 수업은 과학영화 상영을 해달라고 부탁해놓고
금요일은 어렵게 시간을 맞춘 밴드부 마지막 연습일이라 도저히 빠질수가 없겠다.
화, 수요일은 학교 왔다가고 목요일 쉬고 나면 금요일은 살살 수업할 만큼은 회복이 될 것이다.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고 A형 독감까지 걸려서(트랜드에 민감하기 짝이 없다.)
모든 유행병은 다 섭렵하는
이런 시대를 앞서가는 병약한 몸이라니..
한심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다.
그래도 아들 녀석의 대장 내시경은 용종 하나 없이 무난하게 끝났고
남편은 항암주사를 잘 맞고 있다고 했고
나는 이제야 흰 죽과 복숭아캔을 먹고
약을 털어넣고
다시 자보려한다.
오늘과 내일은 원래 모든 교사가 다 조퇴하는 기말고사 기간이다.
그 황금같은 날을 아파서 이렇게 갤갤대고 있으니 그것이 더 신경질 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병원에 가려고 나서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번 더 어지럼증이 발생한 것은 남편에게는 비밀이다.
(이제 항암을 끝내고 오는 남편 한정 북엇국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오후에 근무를 하라는
나쁜 회사를 욕하며 보낸 아들 녀석에게 줄
돼지 두루치기 준비를 막 끝냈다. 나는 다시 흰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