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과 강속구
자소서를 읽어본다거나 계획서를 읽어보는 일이 자주 있다.
물론 실험보고서를 본다거나 수행평가를 위한 자료를 보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다.
가끔은 상을 주기 위한 자료를 보기도 한다.
이럴 때 특히 비슷비슷한 수준일 때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참신함이다.
축제를 마치고 우수 동아리와 우수 활동 참여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준다.
물론 만원짜리 약소한 것이다만...
학생들에게는 기분도 좋고 꼭 필요한 것을 살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우수 동아리는 학생들의 설문 결과로 결정된다.
가장 좋았던 활동을 3개 골라 이미 투표를 마쳤고 나는 그 결과를 집계까지 끝냈다.
예년과 비슷하게(학생들의 보는 수준과 생각은 아직은 비슷비슷하다.)
오전 활동에서는 먹거리 체험을 제공하는 동아리가,
오후 공연에서는 밴드가 압도적으로 우수 동아리가 되었다.
개인별로 주는 우수 활동 학생은 서술형 응답을 잘 기록해준 학생과
(재미있었다, 좋았다, 신났다 등은 절대 뽑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례를 기반으로 적어야 한다.)
활동 후 받은 스티커의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대상이 된다.
(짧은 시간에 열심히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증거이다.)
오늘 오후 마지막 영어 시험 시감을 가서 수거한 명찰을 잘 챙겨보면 되겠다.
(아깝다. 열심히 했으나 이름을 쓰지않은 탈락생들이 대거 있다. 무엇이든 이름부터 써야한다.)
이처럼 비슷한 조건에서는
자신이 특별히 무언가를 더 잘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정당한 자기 표현 방법이다.
물론 그 내용에 거짓이 포함되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모든 자료가 비슷비슷할 때 그 중에서 무언가를 꼭 선택해야할 때
내가 선택하는 참신함이란 어쩌면 차별화 전략과도 통할지 모른다.
나는 모두가 그럭저럭 중간인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생각이나 접근 방법이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
물론 그 생각이나 접근 방법은 구체적이며 논리적이어야 한다.
일단 학생 수준이라 실현 가능성까지는 확보하기 힘들더라도 말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성향이다.
모든 영역에서 고만고만한 것을 더 선호하는 분들도 물론 있다.
나의 최애 <최강야구>를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지기도 한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많은 투수 중에 유희관 선수가 있다.
사실 현역일 때 나에게 그렇게 호감이었던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외모가 주는 특별함에서 오는 선입견으로
약간은 얍삽해보이고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던 선수였다.
물론 그때도 머리는 좋아보였고 끼도 대단했다만...
그런데 <최강야구>를 보면서
그 선수가 그 어려운 프로야구에서 100승 이상을 하게 되고 살아남게 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투수라면 모두 빠른 구속에 신경을 쓰는 동안(그게 멋져보이기는 한다.)
그는 과감하게 구속을 버리고(물론 버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컨트롤 능력을 키웠다.
비슷비슷한 빠르기의 투수들은 많고 많은데(빠르면서 제구도 완벽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느리면서 이곳 저곳 구석 구석을 찌르는 유희관의 종잡기 어려운 공은 정말 위력적이지 싶다.
당장 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인데 안맞고
타이밍이 늦어지거나 너무 빨라서 안맞고
구석 구석을 찔러서 스트라이크가 되니
상대편은 더더욱 화가 날 것도 같다.
느림의 미학이다.
특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아마추어들과 시합을 하는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특성상
유희관의 투구 스타일은 아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스타일이라 경쟁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낯선 것은 힘든 법이다.
그말을 반대로 하면 어느 분야에서건 비슷비슷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과 통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대학을 수시로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모두가 45살의 나이에도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니퍼트가 될 수는 없다.(물론 매우 멋지다.)
그러나 느리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은 유희관의 공도 아무나 흉내낼 순 없다.
나만의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그 분야의 역량을 높여가고 그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잘 기록해두는 것
그것이 수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취업에도 그대로 이용된다.
일생에 꼭 필요한 지속가능한 경쟁력있는 나를 만드는 방법이다.
사진은 심은지 하루 지난 모종을 찍은 것이다.
모두 같은 날, 같은 곳, 같은 사람이 심었지만
싹이 먼저나는 것이 있다.
먼저 나오는 것은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지만
반대로 가장 먼저 죽을수도 있다.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이왕 사는 한번뿐인 나의 인생
나만의 특별한 강점 하나는 만들어보는 것이 멋지지 않겠는가?
이 글을 고등학교 학생들이 읽어주기를 희망하면서
이제 마지막 영어 시험 감독길에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