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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날씨 이야기

일기 예보는 어렵고 종합적인 과정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올해처럼 풍성한 눈을 봤던 겨울이 있었나 싶다.

물론 기록을 찾아보면 있었을 수 있는데(기상청에 가면 누적 데이터가 다 있다.)

나의 체감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그리고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려운 날씨에 대한 기억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오죽하면 내가 쓰기 싫어하는 모자를 살 생각을 다하고

어제는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빨간 쉐타를 하나 더 사서 입었을까나.

이런 때일수록 일기 예보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나는 일기 예보에 적혀있는 숫자도 중요하게 살펴보지만

<어제보다 몇도 더 추워요> 라는 상대적인 비교 문구를 더 신뢰하는 편이다.

내 컨디션을 어제와 비교하는 쉬운 방법이다.

옷을 입는데도 그 내용이 중요하다.

물론 어제처럼 <전날과 비슷해요>라는 말에 홀낏해서 옷을 얇게 입고 나가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다양한 날씨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제공되는 시대이다.

검색 엔진마다 그리고 다양한 어플에서

세세하게 우리 동네 날씨와

내가 여행가고 싶은 나라의 날씨까지도 다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다.

전문가에게나 필요한 구름의 분포나 이동 속도 등을 알려주는 기상위성사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 뿐만 아니라 외국 기상청 자료도 사실 다 오픈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각 나라의 일기 예보 수준의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

옛날 이야기를 하면 너무 고리타분하겠지만

날씨라고는 TV 뉴스 끝에 나오는 것이 유일한 안내였던 시절이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일기 예보를 꿋꿋이 찾아보는 날은 소풍 전날, 체육대회 전날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날씨가 쾌청하다고 이야기해주는 김동완 예보관님의 목소리는 매우 달콤했었다.


모든 것이 많이 변한 이 시대에

기상캐스터라는 임무가 꼭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얼마전 있었다.

중 3 기상학 부분 수업의 마지막을 기상캐스터 역할놀이로 마무리할 때가 많이 있었다.

일기도를 그리고 풍향, 풍속 등 데이터를 표시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일 날씨를 예상해보는 활동은

기상학 부분의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종합편 프로젝트 활동으로 최고였다.

그런데 과연 기상캐스터가 되면 이런 기상학의 기본 내용을 모두 다 습득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분석을 실시하고

일기 예보 멘트를 직접 작성하고

안내를 하는 것인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만약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서 날씨를 전달하는 역할이 기상 캐스터라 한다면

지구과학 전공자들이 가산점을 받아야 마땅하나 그렇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기상청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알아듣기 쉽게 멘트만 변경하는 것이라면

사실은 기상캐스터라는 직업군이 별도로 있을 필요는 없고 신입 아나운서들이 진행해도 될 것 같다.

순전히 지구과학을 전공한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일기 예보란 그리 쉬운 일이 결코 아니고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일 뿐

어떤 특정 직업군에 대한 비하 의도는 1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학생들과 하던 프로젝트 이름을 바꿨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다시 이 과정을 수업한다면 그 프로젝트 이름은 기상예보관 역할놀이가 맞다.


미국 연수를 갔을 때 TV에서 일기 예보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다음날 레이니어산으로의 필드 트립(지질 답사)이 예정되어 있던 전날 저녁이었을 것이다.

이런 행사의 성공은 날씨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중요한 다음날의 날씨를 알려주는

중후한 체구의 나이든 남자 캐스터의 영어 발음은 너무도 선명하고 느린 속도라

영어가 서툰 나도 잘 알아들을수 있어서 신기했었다.

뒤에 보여주는 그래픽과 글씨도 누가 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큰 사이즈였다.

큰 나라 미국이라서 큰 사이즈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어르신이나 글과 그림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크고 선명한 그래픽과 똑똑한 발음으로 천천이 안내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TV 방송으로 나오는 일기 예보를 찾아듣지는 않는다.

그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조금은 어려움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미국 방송의 큰 생각에 감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일기 예보 방송은 무지 길다.

각각 동부, 서부, 남부 이렇게 파트도 나누어서 안내를 하더라.

물론 캐스터 중에 우리나라처럼 이쁘게 풀메이컵을 하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는 한 명도 없었다.

내가 경험한 것은 10년전 미국 방송 이야기이다. 지금은 미국도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번은 생각해볼만한 화두가 한가지 있다.

우리는 너무나 외모 지상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닌가.

모든 직종에 다 이쁜 사람만을 뽑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를 말이다.

(평생 안 이뻤던 나의 한이 서린 개인적인 내용일지도 모른다만)

이쁜데다가 관련 업무 실력도 좋으면 안 뽑을 이유가 없지만

이쁘냐 실력이냐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가뭐래도 업무 실력이 우선되어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아침부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써본 이유는

오늘 너무 춥기 때문이다.

옷을 하나 더 찾아입었는데도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이번 주말이 추위의 절정인듯 하니

집콕하고 잘 버텨보자.

겨울잠자기 모드 발동이다.


(위 그림에 구름을 그려넣을까말까 여러번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날 사진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구름 한점 없는 날이었다.

그런 날도 많지 않은데 신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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