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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30

추억의 돼지갈비와 도전하고 싶은 간장게장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오후는 역량 강화 공부로 시작했다.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기반 강화를 위한 서울시교육청 IB 프로그램 운영 설명회>

제목이 엄청 거창하다.

미래교육과 IB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 강의를 듣고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IB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행사이다.

IB 프로그램은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 인증 학교 교육프로그램으로 여러나라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도가 늦은 편이다.

목표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청소년을 기르는 것이고

중요한 점은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객관식 평가 말고

서술형 측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평가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5지 선다형 평가를

서술형 평가로 변경하는 것은 거의 개혁 수준이다.

그 전 날 나를 분노하게 한 행사보다는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규모는 더 컸다만)

많은 추가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준

동기 부여가 된 시간이었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과 방법이라도

우리나라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저녁에는 오래된 지인들과의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목동에 간 김에 친구들을 만나기 전 아픈 동생을 보러갔었고

(깜짝 놀랬다. 동생이 아니라 엄마가 누워있는 줄 알았다. 어찌 그리 엄마와 꼭 닮았을까?)

약속 장소가 옛 친정집 근처였으므로

그때 그 집도 둘러보았고

절친과 수다와 함께 맛난 대추생강라떼 한잔도 마셨다.

(대추와 생강 간 것에 우유를 넣었다는데

많이 달지 않고 기분 좋은 맛이었다.

그리고 그 카페에는 사장님 환갑 기념으로 받으셨다는 꽃이 여기저기 꽂혀 있었다.

마치 요즈음 우리집과도 같았다.)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는 친정 부모님과 식사를 한 횟수가 20번은 족히 더 되었던 익숙한 곳이다.

그 장소에 들어서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마음이 뭉클한데

오늘 모임은 알고지낸지 20년 이상 오래된

왕년의 양천구 교사 어드밴처들이

나의 정년퇴임을 축하한다고 모이는 자리이니

마음이 더욱 더 뭉클하다.


익숙했던 돼지갈비와 게장(간장게장도 나오고 양념게장도 나온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셨던

물미역과 브로콜리 데쳐서 초고추장을 뿌려놓은

약간의 오래된 구식 상차림이 이제는 낯설지만 그립기도 하다.

돼지갈비 맛은 여전했다. 사장님도 여전하시다.

그릇과 식당도 여전한데

친정 부모님은 안계시고

나와 친구들은 많이 늙었다.

벌크업을 생각하면 많이 먹고 싶었지만

많이 먹었다가는 쉽게 졸리고 나른해지는

나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그럴 수는 없었고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애써 자제하였다.


돼지갈비는 나의 교직생활 첫 회식 메뉴이고

(우리 엄마는 집에서 돼지갈비를 해주신 적이 없었다.)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집에서 돼지갈비를 해먹기는 쉽지 않다.

(굽기와 냄새와 설거지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나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메뉴임에 틀림없다.

돼지갈비는 적어도 4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지만

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니

그래서 아마도 회식 메뉴로 예나 지금이나 딱인 듯 하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양념게장 혹은 간장게장은 나에게는 아직 도전해야할 과제로 남은 메뉴이다.

이빨이 걱정되기도 하고

게장의 비린맛에 적응이 되지 않은 듯 하여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늘상 먹던 것, 잘 먹던 것만 먹을 수 있어도 좋은 나이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용기는 쉽게 나지 않는다.

수업과 활동에는 용기가 많은데

왜 음식에는 방어적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만..

아마 디지털기기를 활용하거나

IB 활동을 하거나 하는데 주저되는 교사는

게장을 앞에 놓고 주저하는 나의 마음이랑 똑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번 해보자.

수업은

게장을 잘못 먹어서 이빨을 다치는 것과 같은 위험함은 없지 않는가?

비릿함이 하루 종일 입안에 남아있는 느낌은 없지 않은가?

이 세상에 망한 수업은 없다.

무엇인가는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도전하는 하루를 보내보자.

다음번에 게장을 만난다면 꼭 시도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은 STEM 공부의 날이다.

오랫만에 파견나갔었던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러 갈 예정이다.

오늘 행사는 교육감님도 함께 하신다니

행사 운영은 완벽할 것이다.

인생은 어찌보면 추억과 도전의 연속인셈이다.

어제 추억의 돼지갈비를 먹었으니

오늘은 간장게장에 도전해볼까나...

낙성대역 근처 간장게장 맛집 검색에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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