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에는 끝이 없다.
[이 나이에 평생 안해본 덕질에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확실한 팩트 촌철 살인을 하는 T였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친다고(적어도 그렇게 노력한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무한 애정을 준 경우는 아들 녀석을 제외하고는 단언코 없었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 덕질에 빠져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그 대상은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개인 개인이라기보다는
내가 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사람인양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무한 애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6개월쯤 전에 이런 글을 올렸었다.
그런데 덕질의 끝은 없나보다.
호감과 기쁨에서 출발한 덕질은
매니아가 되었다가 덕후가 되었다가
아들 녀석의 말을 빌면
이제는 오타쿠가의 경지가 된 것 같다고 슬쩍 비꼰다.
물론 그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일편단심을 숭배하는 편이다.
일단 올해 그 어려운 취켓팅에 성공한 <최강야구> 직관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시준 첫 직관전 : 고려대와의 경기 : 진땀 승리
두 번째 직관전 : 독립리그 올스타와의 경기 : 승부치기까지가는 처절한 경기 패배(아직도 나는 이 경기의 재방을 보지 못한다.)
세 번째 직관전 : 대학리그 올스타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 7할 목표 달성이 되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가슴 졸인 승리
그리고 그 사이의 비공개경기 직관 : 동국대전 : 한 여름 더위에 구경하던 나도 실신할 지경이었는데 처절한 역전패
이쯤이면 덕질의 최고 수준 맞다. 그래도 어디냐?
야구 경기 구경에 드는 돈은 18,000원 수준이다.
좋은 자리는 취소표를 구할 수 없다.
멀리서라도 직관하는 재미는 방송으로 보는 것과는 또다른 그만의 기분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야구장에 오는 여자도 엄청 많아서 쭈뼛거리는 마음도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처음 야구장에 갔던 학생 시절에는
여자는 거의 없고
담배피고 술 드시는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다.
참 세상 좋아졌다.
압도의 시즌 8할 승리를 달성하고 지난 주 방송으로
< 2024시즌 최강야구>는 마무리되었다.
아쉽기만 하다.
일주일 동안 나를 즐겁게 해줄 무언가
볼거리가 사라진, 마치 실연당한 기분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김성근의 겨울방학>이라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다음 주부터 티빙에서 방영해준댄다. PD님 댕큐.
아들 녀석을 졸라서 티빙 회원 가입과 결제에 들어간다.
이러는 내가 기가 막힌지 오타쿠라고 사용자 이름을 만들어준다.(비용은 내가 다 내는데 웬말이냐)
자기가 보는 것들과 섞이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오타쿠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나도 잘 알고는 있지만
모든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도
결국은 오타쿠일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어떤 분야든지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몰두하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오타쿠가 된다.
오타쿠가 되지 않고서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최고 수준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아직 나이가 들어서 맛본 새로운 오타쿠의 세계에서 빠져나갈 마음이 없다.
적어도 2025년까지는 함께 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합에는 별로 나가지 못하지만
귀엽기가 최고 수준인 우리의 대학생 멤버들의
프로 야구선수로의 아름다운 방출도 소망하고 있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아들이고
그들을 애정의 눈빛으로 봐주는 일은 꼭 필요하다.
아울러 기나긴 동계훈련을 마치고 올라오고 있을 우리학교 야구부에게도 2025 시즌 대박을 기원해본다.
내가 만들어준 응원용 클래퍼를 멋지게 사용하기도 희망한다.
오늘은 나의 마지막 업무를 마무리하러(인계인수 및 수상관련 업무)
학교에 다녀올 예정이다.
나는 누가뭐래도 교사로서의 일에 있어서만은
최고의 오타쿠임에 틀림없다.
그 덕질도 아직은 끝낼 마음이 없다.
어느 부분에서라도 나의 노하우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