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12

by 태생적 오지라퍼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퇴근길.

아침 저녁은 아닌 듯 하나 점심은 봄임에 틀림없는 시기.

한 정거장 전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형마트를 둘러보고

모 대학교를 지나서 집에 가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산책 겸 운동도 하고

봄꽃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도 점검하고

이 시간대에 가면 시작하는 대형마트의 세일도 노려보는

일거 3득의 행사이다.


요새 대형 마트에서의 시장보기는 휴대폰으로 끝내고 배달로 받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마트를 직접 방문하면 앱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세일 품목이 있고

그것을 고르는 행복감이 있다.

물론 장 본것을 들고 오느라 힘은 들지만(상체 훈련이라 생각하면 된다.)

오늘은 소고기를 반값 할인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아마도 할인 품목은 조금은 덜 싱싱할 것이나

빨리 소분하여 냉동한다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집은 미슐렝 맛집도 아니고 스테이크 전문점도 아니니까 말이다.


소고기 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은 것은 미국 연수를 갔을 때이다.

1달 정도 미국 대학교에서 위탁 연수를 받을 때

그 곳 일정을 운영해주던 박사님댁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박사님이 마당에서 직접 구워주시던 스테이크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서울에 돌아와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코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다른 소고기와 낯설었던 스테이크 소스의 맛이었을 수도

미국에서의 첫 바비큐 파티의 흥분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가끔씩 소고기 구이가 생각날 때가 있다.

경험상 보면 그 때는 나의 몸이 지치기 시작할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 때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일 확률이 높았다.

나는 오늘 소고기를 샀다.

경험과 확률은 놀랍다.

오랜기간 축적된 빅데이터가 따로 없다.

AI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