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퇴근길.
아침 저녁은 아닌 듯 하나 점심은 봄임에 틀림없는 시기.
한 정거장 전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형마트를 둘러보고
모 대학교를 지나서 집에 가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산책 겸 운동도 하고
봄꽃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도 점검하고
이 시간대에 가면 시작하는 대형마트의 세일도 노려보는
일거 3득의 행사이다.
요새 대형 마트에서의 시장보기는 휴대폰으로 끝내고 배달로 받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마트를 직접 방문하면 앱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세일 품목이 있고
그것을 고르는 행복감이 있다.
물론 장 본것을 들고 오느라 힘은 들지만(상체 훈련이라 생각하면 된다.)
오늘은 소고기를 반값 할인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아마도 할인 품목은 조금은 덜 싱싱할 것이나
빨리 소분하여 냉동한다면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집은 미슐렝 맛집도 아니고 스테이크 전문점도 아니니까 말이다.
소고기 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은 것은 미국 연수를 갔을 때이다.
1달 정도 미국 대학교에서 위탁 연수를 받을 때
그 곳 일정을 운영해주던 박사님댁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박사님이 마당에서 직접 구워주시던 스테이크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서울에 돌아와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코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다른 소고기와 낯설었던 스테이크 소스의 맛이었을 수도
미국에서의 첫 바비큐 파티의 흥분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가끔씩 소고기 구이가 생각날 때가 있다.
경험상 보면 그 때는 나의 몸이 지치기 시작할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 때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일 확률이 높았다.
나는 오늘 소고기를 샀다.
경험과 확률은 놀랍다.
오랜기간 축적된 빅데이터가 따로 없다.
AI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