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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제주 episode1.

제주 날씨의 변덕이 반갑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른 아침 출발 비행기를 고른것은

지하철에서 교복입은 학생을 보면 울컥할까 싶어서이다.

새 학기 시작일의 묘한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을 보이는 그들의 눈빛과 마주치면 울컥할까 싶어서이다.

다행히

이른 지하철에는 학생이라고는 없었고

비행기에도 청소년은 전혀 없었고

제주는 강풍이라 예보가 있었으나

다행히 약간의 흔들림과 흩날리는 비로

정년퇴직 기념 첫 나들이인 나를 반겨주었다.


2박을 예약한 호텔에 캐리어를 맡기고

파도가 제법 센 바다를 한번 보고

날씨 이슈로 급변경한 미술관으로 가본다.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인원으로부터

시끄러움으로부터

잠시 피난하는데는 미술관이 최고이다.


다행히 비와 바람이 멈추고

해가 나기 시작한다.

내복까지 입고 온 옷이 무거워지기 시작할 정도이다.

괜찮다.

이런 제주 날씨 변덕은. 환영이다.

오늘같은 날 날씨마저 흐리면

눈물 찔끔거리기 딱이다.

나의 첫 백수의 날을 잊지않고

격려의 톡을 보내준 선배 퇴직자 지인들이 고마울뿐이다.

역시 먼저 당해본 사람들만이 아는 법.


오늘 지금 현재 제주는 아직은 동백이 대세이다.

물론 큰 꽃이 사방에 뚝뚝 떨어져있다만.

화가 박서보의 집은 문을 닫았고

유동룡 미술관은 생각 그대로 멋지다.

비싸지만 그 값을 한다.

그리고 언제 또 와보겠나 그런 생각으로

이 시간을 즐겨보려 한다.

서울은 눈이 꽤 왔다더라.

개학식 입학식 하느라 다들 넋이 쏙 빠졌겠다 싶다.

애써서 학교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지는 않겠다.

애써서 그 기억들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다.

그냥 순리에 맞기련다.

그리고 오늘 나의 뚜벅이길에 함께 한 노래는

<들꽃> 이라는 The Solutions 의 신곡이다.

지금 나의 심정과 딱 어울린다. 한번 들어보시라.


(이 글을 쓰고 길을 나섰더니 다시 바람 쌩쌩이다.

변덕이 우리집 고양이 설이 수준이다.

제주답다. 이게 제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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