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별로인 날
아침 출근 시간과 등교시간에 굳이 호텔을 나서는 바람에
길도 막히고 택시비는 더 들고 학교가는 교복입은 학생들의 무리를 만났다.
괜찮다. 여기는 제주 학생들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침으로 선택한 해장국에 조심했는데도 결국 입천장이 조금 데었다.
침착하자고 우아하자고
나는 어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고
그리 주문을 외웠건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괜찮다. 홀라당 다 덴 것은 아니다.
서우봉을 오르는데 앞에 비슷한 연배의 사이좋은 커플이 10m 앞에서 올라갔다.
그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으로다가
그 거리를 지키려고 보폭도 맞추고 딴곳도 쳐다보다가
결국 방향성을 잃고 말았다.
길치인 주제에 너무 폼을 잡았다.
괜찮다. 버스가 금방 왔다.
8월에 다녀간 곳이 절물휴양림인지 사려니숲길인지
알아보고자 절물휴양림에 가봤다가
길을 잘못들어 하마터면 절물오름까지 등반할뻔 했다.
괜찮다. 중간에 알아차렸으니 되었다.
8월에 간곳은 사려니숲길이 분명한 것을 알았으니 되었다.
이왕 내친김에 기억속의 그 바다가
함덕인지 협재인지 끝장을 보려고
제주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거금의 택시비를 쓰고 협재 바다로 갔으나
더더욱 미궁에 빠진 채로 오늘 일정을 급마무리했다.
괜찮다. 어느 곳인들 달라지는것은 없다.
협재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전복솥밥을 먹었으니 되었다.
어제 만난 친구가 멋지다고 꼭 가보라고 추천한 곳은 한담공원이었는데
나는 한림공원을 들어갔다 나왔다.
어째 단체 손님밖에 없더라니.
표를 끊고서야 아차 싶었다.
글자 한끗차이인데 퀄리티는 비교불가이다.
괜찮다.
한림공원은 신혼여행때 들렀던 곳 같기도 하다.
한담공원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스쳐 지나갔다.
오늘 오후.
무언가 갑자기 나에게 생긴 돌발상황이 있는데
좋은건지 아닌건지는 알 수 없고
나의 첫번째 수제자의 활약에 감사드릴뿐이다.
아니면 시도도 못할뻔 했다.
괜찮다. 성공하는 일이 쉬운가?
시도래도 해보는거지.
( 이 호텔은 비지니스용 노트북이 딱 두 대.
그것도 입구에서 서서 해야한다. 사람들 오락가락하는.
비지니스가 뭔지 도통 모르는 눈치이다.
급박하고 중요한 일처리가 비지니스다.
내일 여차하면 제주 시내 PC방을 가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