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흐름에 순응하게 될 뿐.
주말 오전 지하철에서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산에 가는 분들. 청계산 입구역에서 대거 내린다.
등산 전문가 포스가 나는 가방을 메고 있다.
물병 하나씩은 다 옆에 끼여져있다.
결혼식 나들이에 가는 분들은 정장 차림에
작은 가죽 가방을 메거나 들었다.
요즈음 MZ세대들은 작은 휴대폰가방 사이즈의
명품 브랜드백을 선호한다.
넣을 공간이라고는 없어보인다만.
이쁘고 세련되 보이기는 한다.
연배가 좀 있는 분들은 검정 가죽 손잡이 있는 가방을 든다.
나도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그 스타일의 가방 두 개가 있다.
그리고는 주말에도 일하러 나선 분들은
노트북이 들어갈만한 큼직한 가방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다.
물론 피곤하고 힘들어보인다.
나도 한때는 그랬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첫 가죽 가방을 샀던것 같다.
아마도 벽돌색과 진한 나무색의 중간쯤인 심플한 디자인을 고심끝에 골랐다.
사이즈는 크지 않았다.
당시는 교재인 책을 낱개로 자랑삼아 들고 다니던 때였다. 원서는 더더욱이다.
그러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방 사이즈가 늘어났다.
가지고 다닐 많은것들을 쑤셔넣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는 그것도 힘들어져서 큰 베낭을 메고 다녔다.
임고 준비하면서 도서관 생활을 했던 4학년
짧은 기간 동안이었다.
취업을 하고는 다시 잠시 가죽 작은 가방으로 돌아갔다가(내돈내산의 기쁨을 누리면서)
아이를 낳고는 가벼운 기저귀 가방의 육아템으로 갔다가
학위 공부를 하는 동안은 노트북 가방 형태로 바뀌었고
그 이후 언제부터인가는 쭈욱 에코백이다.
어깨에 매는 가방은 오십견과 어깨 통증 이후로
사용이 거의 금지되었고
이제는 손가방의 시대이다.(사진은 요새 내 최애 가방이다.)
색깔과 크기와 재질이 약간씩만 다른
그렇고 그런 가방을 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곧 무겁고 힘에 겨운 날이 오면
핸드폰 커버에 카드 넣고 목에 걸고 다니는
가방 없이 다니는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다.
주말에 지하철을 꽤 긴 시간을 타면
이런 관찰과 별 쓸모없는 옛 생각이 나는 계기가 된다.
이 글을 휴대폰으로 쓰는 이 곳은
2주전 영재원 강의와서 들렀던 그 카페인데
(일찍 오니 시간이 항상 남는다만 버스 시간을 영 모르겠다.)
그 때는 계속 큰 소리로 전화하던 아가씨가 있었는데
오늘은 비슷한데 유창한 영어로 수다떠는 외국인이 있다. 데자뷔. 지독하다. 어는 곳이든 수다쟁이는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