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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주차 완벽한 정리

아프고 짠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일주일 정리를 해본다.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목이 아픈 것인가 원인을 파악하고자...

목의 이물감을 약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 부터이다.

미세먼지와 건조함 때문이라고 일단 추정하고 본격적인 과학적 추론을 실시해본다.


다음은 근거자료 첫 번째 활동 내역이다.

기본값은 1일 1브런치 글 작성하기와 산책하면서

꽃 사진 촬영하기이다.

24일(월) 12시 <김성근의 겨울방학> 시청, 어린이대공원 산책

25일(화) 11시반 염색, 이대앞 점심과 산책, 을지로 명함 준비 및 약 타기

26일(수) 지하커뮤니티센터 아주 가벼운 골프 연습, 서울숲 저녁 산책

27일(목) 14:30 STEM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Zoom 회의, 뚝섬한강공원 산책

28일(금) 지하커뮤니티센터 아주 가벼운 골프 연습, 을지로 명함 찾고 텃밭과 빗물저금통 측정


두 번째 식단 내역이다. 기본값은 시리얼과 우유이다.

24일(월) 미역쌈과 초장, 달걀, 햄 들어간 김밥, 마늘쫑과 신김치 들어간 김밥

25일(화) 가미분식 물냉면과 주먹밥

26일(수) 물떡과 오뎅, 대파만 들어간 떡볶기

27일(목) 감자샐러드올린 빵, 감자 많이 넣은 닭갈비(남은 감자 잔반 처리차원에서)

28일(금) 고수와 상추쌈, 라면 반개와 무지 무지 신김치, 저녁은 아마도 짜장밥

다행히 살이 더 빠지지는 않았다. 벌크업은 될 리가 없다.

약간의 체기가 있는 배 상태가 계속이다.(감기약을 먹어서일 수도 있다.) 입맛은 일을 안하니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는 무언가 임팩트가 있는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일은 없었는데

왜 목이 칼칼하며 기침이 나고 목소리는 하루에 수업 다섯 시간을 달린 사람처럼 가라앉은 것이냐?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내 평소 사용 에너지의 1/10도 사용한 것 같지 않은데...

자주 한 것이라고는

설이와 눈맞추고 놀아주기(나는 놀아주기라고 생각했지만 설이는 귀찮게하기 였을 수 있다.)

인스타와 스래드 들락거리기(주로 꽃사진이 대부분이다만)

브런치와 최강야구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갤러리 들락거리기 밖에는 없다.

잠을 못잔 것도 아니고(약을 먹어서 다른 때보다 푹 잤다만)


오후에는 잠시 이전 학교에 비밀리에 다녀왔다.

하교 이후 시간이어서 몰래 들어가서 반가운 꽃 사진을 찍고

STEM 프로그램 공모전을 위한 텃밭 사진과 넓이 측정, 빗물저금통 크기 측정을 하고

늘상 내가 물을 주던 물조리개에 들어가는 물의 부피를 측정을 부탁하였다.

예상대로 주인을 잃어버린 텃밭과 상자들은 버려져있었고

물조리개와 호미들은 나동그래져 있었고

빗물저금통에 물은 담겨져있었는데 수도꼭지로 나오지는 않았다.

아마 동파방지를 위해 주밸브를 막아둔 것 같아서 건드리지는 않았다.

공립학교는 그렇다.

5년 주기로 교사 이동도 있고 나처럼 퇴직하는 사람도 있으니 열심히 했던 일의 지속과 연계가 쉽지 않다.

버려져있는 텃밭을 보고나니 마음이 많이 짠하다.

그런데 더 마음이 짠한 것은 오늘 시합에서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아

고개를 떨구고 집에 가는 3학년 야구부들의 모습이었다.

그 녀석들이 그런 녀석들이 아닌

입을 꼭 다물고 말을 안한다.

고민끝에 앞에 가는 녀석들을 불러세웠다.

<오늘만 야구하는 거 아니다. 앞으로 계속해야는데 이렇게 풀죽으면 안된다.

니네가 프로가고 은퇴하고 최강야구에 나올때까지 응원하겠다. 열심히 해라.>

그리고 햄버거를 사줄까 물었더니 다음에 이기고 떳떳하게 많이 얻어먹겠다고 한다.

키도 크고 마음도 넓어졌으니 야구 실력만 더욱 키우면 될 것이고 그것은 연습밖에 방법이 없단다.

그들을 뒤로하고 나오는 나의 마음이 또 짠한데

늘상 보던 교정의 꽃들은 이쁘기만 하다.

이번 일주일은 아프고 짠하고 그렇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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