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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바다는 여전하다.

부산역이 더 부산하더라

by 태생적 오지라퍼

일년만의 부산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남쪽이라 따뜻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만 한거다.

바닷바람의 영향을 간과하면 안되는데

복잡한 함수가 존재하는데 자꾸 단순화의 오류에 빠진다.

부산역은 서울역보다 더 사람이 많고 활기차고

에너자이틱하다.

그 배경에는 구수한 사투리가 한 몫 차지하는게 틀림없다. 내 생각이다.

그리운 아버지의 사투리.

평생 본인은 사투리를 안쓴다고 자부하셨었다.


바다와 부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랐다.

아쉽게 벚꽃은 아직 개화율이 미비하나

다양한 동백꽃이 나를 반겨준다.

분홍 동백의 아름다움을 처음 보았다.

연하고 이쁜 분홍색이다.

아이를 가졌을때

(그때는 성별을 알려주지 않았었다. 법에 걸린댔나.)

분홍색과 하늘색 아기 신발을 사두었었다.

신발만 보면 분홍색 신발에 훨씬 끌렸었는데

나는 이쁜 딸을 낳아서 이쁘게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기에 우리집은 딸만 넷이었던 특수 상황의 집이었다.

엄마는 늘 말했다.

<딸이면 어쩌냐. 아들이면 내가 키워줄건데 딸이면 지긋지긋하다. 니가 딸 낳는 악몽을 꾼다.>

그때는 엄마의 이런 말에 절대 동의할수 없었으나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알것도 같고

영원히 결코 다 알 수는 없을것 같다.

믿기지는 않지만 내가 생겨난곳은 바로 부산이다.

엄마와 아빠의 신혼생활장소 였다.

부산 부민동 인근.


부산 바다는 제주 바다보다 느낌이 연하다.

3월 4일의 제주 바다와

3월 30일의 부산 바다는

닮은 듯 닮지 않았다.

물론 비교의 공평성은 없다.

내가 보기에 더 연한 코발트색이고

그래서인지 순해보이고

더 중요한것은 바다 주변의 암석들이 훨씬 적다.

주변 건물 건축 문제였을수 있지만.

그리고 부산은 지인들과 함께이고

제주는 오롯이 혼자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부산 시장 관사로 쓰였다는 멋진 공간 탐색도 하고(이렇게 크고 멋질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는데)

그 뒷편 산책로도 걷고(어디서나 산책은 나의 운명)

해운대로 넘어와 달맞이길도 걷고

(옛날보다 많이 깔끔해진것 같더라)

비싼 호텔에서 멋진 수영장뷰도 봤다.

(수영은 하지 않았다. 사진만 찍었을 뿐.)

내 정년퇴직 및 동행한 후배 환갑 기념 여행이라

돈 좀 팍팍 썼다.(이 숙소를 위해 나는 바보 똥꾸 멍청이를 열번은 외쳤었다. 궁금하면 앞 글을 살펴보시라.)

비싼 곳이라 모든것이 만족스럽다.

라운지에서는 음료도 과자도 과일도 준다.

며칠 잠잘때 올라오던 기침도 멈출 정도이다.

내가 시작된 곳에 와서 그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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