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안전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과학 교사 눈에는 과학 관련 기사가 먼저 뜨인다.
원래 관심 있는 분야에는 라이트가 켜지는 법이다.
관심없는 분야에서는 정말 큰 일이 일어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가 아는 내용을 남이 모른다고 모자라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다들 그렇게 다른 관심 분야에서 살고 있으니
서로를 보완할 수도 있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과 만나서 부부가 되는 일이 쉽고 편한 길일지 모른다.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도 쉽고 작은 도움을 서로 나누기도 쉽다.
이런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부부교사를 고려했었을터인데
그때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고(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20대의 나는 심지어 신비주의를 표방했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 멋있어보였었다.
모든 일은 해봐야 지나봐야 발을 담가봐야 아는 법이다.
어제 내가 걱정하면서 읽은 기사이다.
<초등학교서 마시멜로 태우며 화산 실험…14명 병원행>
헤드라인을 보는 순간 실험실 안전 컨설팅 지원단이었던 나의 눈에 쌍라이트가 켜진다.
“이들 교사와 학생들은 마시멜로와 식용 색소 등을 가열하는 형식으로 화산 활동 과학 실험 중이었다.
마시멜로가 타면서 발생한 연기를 마셔 어지럼증세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나는 주제 중
화산발생 과정 알아보기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가장 좋은 내용이기는 하다.
불을 사용하고 반응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효과가 극명하여 기억에 오래 남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무언가를 가열하는 실험에서는 연기가 나기 마련이다.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연기를 흡입하지 않을 수 없다.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시멜로는 복잡한 혼합물이라 우리가 모르는 많은 물질들이 소량씩 섞여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열하면서 나오는 기체가 우리 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고 나쁜 영향을 미칠 확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하는 필수 실험들이 있는데 화산발생 실험은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한다고 해도 교사의 시범실험으로만 하던가
시뮬레이션 영상이나 VR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선택은 순전히 교사의 몫이다.
베이킹소다(마그마)와 식초(지하수)나 세제를 이용하기 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폭발물이 만들어진다.
마시멜로도 가열하면 역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녹아 내리니 마그마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모형실험이다.
오래 전 모래속에 중크롬산 암모늄과 알코올을 넣고 불을 붙여서 실험을 하다가 크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알코올램프가 옆으로 누워져서 불이 나는 것도 봤고
(다행히 조기진압했다. 실험대에 흔적만 조금 남았지만 아찔했다. 이제 절대 알코올램프는 사용하지 마시라.)
수은기압계가 깨져서 난리도 났었고(이전 글에 써 두었다. 이제는 학교에 수은은 모두 사라졌다.)
연달아 불꽃반응 실험을 하다가 내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운 적도 있었었다.(나에게는 만병통치 두통약이 필수물품이다.)
이론과 실험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모두 이론대로만 된다면 과학자되기 쉽겠다만은.
정량적인 실험을 하지 않으면(한다고 해도 무언가 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화학물질의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기체가 많은 양 발생하게 되고
호흡기로 그 기체가 흡입되면서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어제 발생한 안전사고도 그런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니 다행이지 큰 일 날뻔 했다.
그래서 가열 실험은 특히 어렵다.
환기가 꼭 필요한데
문을 열면 바람 때문에 가열이 어려워지고
선풍기나 에어컨 가동도 힘들고
보호 장비도 사용해야하고
교사는 학생 전체를 항상 긴장속에 주시하고 있어야하고
그래서 실험조교역할을 할 예비인력이 꼭 필요하다.
과학조교선생님이 꼭 필요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안전 사고 발생을 이유로 실험을 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점점 늘어날 수도 있다.
아마 어제 그 사고를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은 엄청 놀라고 당황하셨을테니
과학실험을 또 하려면 겁이 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래도 과학 교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실험이다.
그 실험을 위해서 드는 과학 교사의 노력은 수량으로 체크할 수도 없고 계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교사도 업무와 교과별로 일의 양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실험의 재미와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 우선이다.
안전한 실험을 위해서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 기사를 보고 움츠려들지 않으시기를, 머뭇거리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단, 안전한지의 여부는 수십번을 체크해도 모자란다는 사실은 명심하시기 바란다.
안전하고 재미있는 실험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교사는 측정불가한 다양한 업무가 무궁무진이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기쁨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