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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34

기대보다 항상 더 즐거운 영재 수업하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Mar 22. 2025

오늘은 5시간 연강을 한 날이다. 오랜만에...

목은 아프지만 정신은 말짱하다.

역시 나는 강의 체질이다.

아무리 영재들 대상의 수업이라 해도 이렇게 하루 종일 수업을 하는 것은 지칠만도 하다.

그런데 토요일이 아니면 사실 영재원 수업을 할 수 있는 날은 없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힘들고

교과관련 학원 시간들이 모두가 다르니

(연예인 스케쥴 못지않게 바쁜게 학생들이다)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날은 토요일밖에는 없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영재관련 활동은 주로 토요일에 이루어진다.

교육청 소속이건 대학 소속이건 사교육기관이건 모두가 그렇다.

그리고 토요일 날 수업은 대부분 아버지들이 라이딩 봉사를 해주는 날이다.

어머님들도 쉬어야하니 긍정적인 현상이다.


오늘 나는 나의 선호하는 강의 스타일을 또 한번 확인했다.

이론 위주의 강의 보다는 실험 수업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물론 오늘의 강의 위주 수업도 일사천리로 입에 모터를 달은 것처럼

그 사이의 강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기쁘기 그지 없었으나

내가 학생들을 잘 관찰하면서 그들의 영재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실험 수업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확인했다.

영재라는 것이 내용 지식을 많이 알고

높은 시험 성적을 내는 사람으로 정의되지 않는 것처럼

기본 내용을 숙지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실험할 때 어떤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순차적으로 실현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관점이나

그들이 놓쳤던 부분을 알려주는 일은  

나에게는 영재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의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처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을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 생각이 현실적인 면에서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생각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 질문과 호기심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욕과 열정으로 이어지고

과학고나 영재고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과학 관련 전공을 선택하려는 마음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 나는 위 사진의 놀이를 즐겨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마땅히 하고 놀 것이

고무줄 놀이와 술래잡기 그리고 공놀이 정도밖에는 없었던 시절이다.

위 놀이의 이름이 아마도 땅따먹기였는지 그랬었는데(출신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하체의 굳건한 힘도 필요하지만 1~8번 땅(공간)에 나의 돌을 던지고 안착시킨후(납작하고 매끄러운 돌을 잘 골라야한다.)

한 바퀴 돌고오는 미션을 완수하고 나면

뒤로 돈채로 돌을 던져서 내 땅을 먹게 되는데

그 보너스를 잘 해야 효과적이 되고

머리를 잘 써야 하는 것이 강건한 하체의 힘을 믿는 것보다 이 놀이에 이길 수 있는 핵심이었다.

한발로 서서 돌을 주워야하는 4,5번을 내 땅으로 먼저 선점하는 일이 중요했다.

내 작전은 그랬었다. (역시 출신 지역마다 게임 룰은 다를 수 있다.)

언젠가 영재 수업에서 나는 <윷놀이의 게임 룰을 어떻게 바꾸면 더 재미있을까>에 대해서 같이 토론해본 적이 있었다.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두 팀으로 나누어서 새로운 규칙에 따라 게임 해보았는데

어떤 것은 너무 금방 끝났고

어떤 것은 게임이 끝나지를 않았다.

수학 영재 활동 중에는 우리나라 고전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고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는 주제도 있었다.

이처럼 영재 강의는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런 주제에 있어서의 자유도가 높은 점이

내가 영재 강의를 좋아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오랫만에 나의 본캐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날이다.

하루가 오랫만에 매우 빨리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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