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잘하면 뒷목을 살짝만 잡을 수 있을려나.
1박 2일 부산을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쉽게 다녀왔는데도
그동안 쉬는 것에 익숙해진 내 몸에서는 반응이 나타났다.
화. 수요일을 거의 먹고 자고 했다.
화요일에는 빗물저금통 자료 취득 차 나의 옛 학교를 다녀오느라 정동지역을 정말 가볍게 다녔고
(이제 그렇게 많이 다니던 서울시교육청이 남의 건물이 되어 들어서기 쭈뼛거렸다.)
저녁을 먹고가라는데도 졸음이 더 우선인듯하여 그냥 집에 왔고
(밥을 먹고 가라고 제의해준 바쁜 후배님들 말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수요일은 서류 작업 두 가지 정도를 한 것밖에 없다.
이렇게 늘어져도 되는건가 싶다. 그런데 배는 고파서 이틀 동안 엄청 먹어댔다.
오늘은 아침부터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일단 서류 스캔을 하러 집을 나섰다.
이제 세 번째 방문인 무인 프린트 카페이다.
세 번째쯤 되니 문도 자신 있게 밀고 들어가고 일사천리로
네 장의 서류를 스캔해서 USB에 저장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의 비번을 누르니 삐비빅 소리가 난다.
첫 번째 나의 뒷목을 잡는 일 발생이다.
나는 전자제품 고장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현관문 열림 장치의 건전지가 수명을 다했나보다 생각하고
침착하게 건전지를 확인하고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일은 꼭 아들이 없는 날 생겨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나 싶고
이런 일을 하려면 이제는 안경을 벗어야만 하는
나의 노안을 받아들이기는 아직도 쉽지 않다.
더 큰 나의 뒷목을 잡는 일이 곧이어 일어났다.
스캔을 해온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그 파일만이 아니라 USB 자체가 몽땅 열리지 않는다.
순간 머리가 하애진다. 바이러스인가?
자꾸 무언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컴퓨터를 할 때 제일 난감한 상황이다.
다행히 USB 에 있는 파일들은 모두 컴퓨터에 있으니 추가 문제는 없고
오늘 스캔한 파일은 다시 가서 하면 되고
날려버린 돈은 39원 * 4장 정도이니
벌렁거리는 마음을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거려본다.
힘을 내보려고 어제 만들어 둔 유부초밥 세 알을 먹고 다시 집을 나선다.
프린트 카페까지 걸어갈때는 다른 USB에 새로 스캔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는데
걸어가다가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사용한 그 USB가 열린다면 메일로 보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큰 호흡을 하며 다시 들어선 그곳에서는 다행히 파일이 열렸고
네 개의 파일을 내 메일로 보낸 후 돌아와서
모든 서류를 정리하여 접수를 완료했다.
이 아침 짧은 시간안에 두 건의 뒷목을 잡는 일이 일어났지만 오늘의 운세 땜빵을 했다고 생각하련다.
당황했지만 문제해결을 완수하고 나에게 미니믹서기를 하나 스스로 선물한다.
쓰던 것을 남편 공장에 보냈더니 자꾸 과일 스무디를 만들어먹고 싶어졌다.
이제 오늘의 남은 미션은 왕십리쪽 임장을 준비하는 일이다.
아들 녀석의 독립 1순위 지역이 왕십리이다.
물론 0순위는 여친과의 빠른 접선이 가능한 신용산역이다만 너무 비싸다.
근처를 돌면서 마땅한 부동산도 알아보고 1,2,3순위를 나름대로 정리해보려 한다.
그래야 이번 주 일주일 부산 출장에서 돌아와서 대체 휴무를 사용하는 동안 함께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뭐든지 일을 하기전 준비 작업이 필요한 법이다.
준비를 잘 해두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쉽고 머리 정리도 쉽다.
왕십리, 서울숲, 구의역 인근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데 나의 앞날이 결정되어야 아들 거처 정하는 것도 훨씬 경우의 수가 줄 것인데
나의 앞날이 아직은 미정이다.
아니다. 이번 달은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큰 결단을 내리신 시어머님 짐정리와 거처 이동이 제일 큰 미션이다. 그 미션은 이번주 일요일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 미션은 미리 준비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시어머님 마음과 평생 엄청 효자였던 남편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니 말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뒷목을 잡을 일은 항상 일어나게 되어 있다.
뒷목을 살짝만 잡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