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먹거리 정리
부산에서 무엇을 먹을까는 항상 걱정하지 않았다.
부산역에 내리면 차를 대고 우리를 기다리는 멋진 후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배의 장소 선택과 맛집 초이스는 항상 최고였다.
1998년부터 부산에서 살았다니 빅데이터가 쌓일대로 쌓였을만 하다만
우리를 위해 식당을 찾아보는 수고로움은 정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부산에서의 운전은 서울보다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 후배의 가장 탁월한 점은 그 선택에 가성비가 최고라는 점이다.
가격이 엄청 비싸면서 맛있는 곳은 쉽게 고를 수 있지만
적당한 가격이면서 맛난 곳을 고르는 것에는 노하우와 진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부산의 멋진 바다뷰까지 보인다면 따따봉일 수 밖에...
그 후배와 함께 한 부산의 먹거리를 돌아보았을때 원톱은
내가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던 갯벌장어의 재발견집이다.
처음 장어를 먹고 비린내도 그렇고 가시도 많고 미끈덩거려서 그 이후 장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집의 깻잎에 싸먹던 갯벌장어는 비린내도 안나고 가시도 없고 미끈덩거림도 느낄 수 없었다.
양념구이도 그렇고 양념없이 그냥 구운것도 그랬다.
즐겨 먹지 않았어도 장어가 고가의 음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식당의 가격은 참으로 착하기도 했었다.
(오래전이라 기억의 왜곡이 있을수도 있다.
그리고 1/n을 해서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직도 즐겨라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장어덮밥을 먹곤 하는데 그때처럼 맛나지는 않다.
아마도 그날의 기분 좋음과 부산이라는 기분값이 작용해서였나보다.
그 뒤로도 후배의 맛집 투어는 매년 이어져서
횟집에도 가고 한정식집에도 가고 중국집에도 가고
우리의 쇼핑 성지 해변시장 지하에서 잔치국수도 먹고
심지어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 푸짐한 조식 샐러드 뷔페도 차려주었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복국, 돼지국밥은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이라
음식에 두려움이 많은 나와 후배에게는 어려운 음식이라 패스하였다.
이번 부산행에는 그 지역 최고 유명한 맛집인 만두전골집에 데려가 주었고
(예전 주택을 식당으로 사용하는데 내가 살았던 그때 그 2층 주택과 너무도 비슷하여 기분이 남달랐다.)
그 다음날은 새로 생긴 강뷰 샤브샤브 뷔페에 데려다 주었다.
(야채도 푸짐했고 특히 고기육전과 김치전이
엄마가 해주던 우리 집에서 먹던 그 스타일이었다.)
그리고는 매번 자신이 돈을 내려고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샤브샤브집 식사비를 본인이 내려해서 말렸더니 그러면 절교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드라이빙도 해주고 맛난 밥도 사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 갚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 부산에서 먹거리의 70%는 그 후배의 작품이다.
이번 여행에서의 식사는 부산이라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두전골에 소고기해장국, 그리고 친구가 사다준 해운대 신상 맛집의 빵, 샤브샤브 그리고 자주 먹은 호텔 라운지바의 과자와 음료...
부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들과 함께라서 더 맛나고 소중한 식사였다.
즐거운 1박 2일을 보내고 이제 다시 나는 혼밥의 일주일을 보낸다.
내가 부산에서 월요일 밤에 올라오고
아들 녀석은 화요일 점심에 일주일간의 부산 출장길에 나섰다.
일요일 아침 남편을 시댁에서 만날때까지는 딱히 식사 약속도 없다.
이번 혼밥은 철저히 냉털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만 언제 그 마음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식단 메뉴 결정만큼은 내가 변덕스러움이 조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