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동백꽃이 여왕
3월 내내 무작정 걸었다.
갑자가 쏟아진 많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산책한다고 돈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다이어트 업계를 떠난지 오래이다.)
누구와 함께하는것도 아닌데
단지 누워있는 시간을 보내긴 싫어서
무지하게 걷고 싶어도 못걷는 아픈 동생 몫까지
걷고 또 걸었다.
빠르게는 못걷고 적당한 빠르기로
매번 나름의 의미부여를 하면서 말이다.
걷다보면 주위의 꽃들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며칠전보다는 쑥쑥 자란 것도 있고
아주 조금의 변화만 보이는것도 있다.
다 나름의 빠르기로 나름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거다.
식물의 힘을 믿고
그들의 노력을 늘 지지한다.
다음은 3월 내 산책을 기반으로 한 봄꽃 관찰 공식 리포팅이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좁은 내 시야를 반영한것이고 학계의 인정을 받지는 못한 눈감각이다.
3월 초 제주는 붉은 동백이 대세에서 끝물로 가는 중이었고
노란색 유채꽃 개나리 영춘화 등은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지금은 만개일듯
노란꽃을 보시려면 지금 제주행 비행기 티케팅을 해보시라. 쉽지는 않을것이다만.
3월 중반의 서울은 영춘화로 시작해서
하얀 목련의 개화율이 높고
개나리는 많이 폈으나 진달래는 이제 시작이고
벚꽃류들은 이번주부터 2주간이 절정일듯 하다.
여의도 벚꽃 축제는 이제 시작이란다.
국립현충원도 조용히 벚꽃 감상하기에는 최고이다.
단, 서울은 을지로, 이대앞, 서울숲 기준이고
그 중 최고의 꽃밭은 이화여대였다.
3월 말의 부산은
흰 동백 분홍 동백 약간은 빛이 바랜 붉은 동백 만발에
(겨울에도 보인다한다. 부러울 뿐이다. 아파트 담벼락이 동백 동산이라니.)
벚꽃은 2/3쯤 개화(지역별 일조량별 편차는 있다)
오륙도에는 수선화도 만개해서 노란 물결처럼 보였다.
새로 바꾼 내 핸드폰 사진의 9할은 꽃사진이다.
한달간의 산책과 관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극히 객관적이지만 어딘가는 몹시 주관적으로 뽑은 내 마음속 3월의 꽃은 동백이다.
때늦은 눈속에서도
태풍급 비바람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서 내 사진의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특히 부산의 분홍 동백은
우아하고 고상하고 오묘하고 귀티나는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미의 완성품이다.
이제 4월의 꽃은 어떻게 변할까 ?
알것도 같지만 모르는게 더 많다.
궁금하면 또 걸으면 된다.
우선 정동 인근 답사부터 나서본다.
아직 내 마음의 최애는 분홍 동백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