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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것이 좋다.

작아서 더 소중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나는 참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키만 제외하고는..

일단 얼굴이 크고(울 엄마는 절대 아니라셨지만)

눈은 많이 늙어서 크기는 줄고 눈꼬리가 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편이고

쌍커풀은 너무도 진하고 움푹파였다.

코는 너무도 뭉툭하게 커서 나의 콤플렉스 1번이었다.

게다가 콧등에는 홍역의 증거로 남은 작은 구멍이 빵빵나있다.

화장품으로 변장을 한다해도 구멍을 다 막을 수는 없다.

홍역이 그리 무서운 질병이다. 흔적이 오래남는다.

입은 역시 크지만 별 불만은 없는데

콤플렉스 2번은 부처님처럼 큰 귀이다.

볼이 넓고 크기도 엄청 크고.

여하튼 모든 것이 큰 얼굴 맥시멀리스트이다.

그리고 젊어서는 어깨도 튼실하고 살도 쪘었다.

몇번 이야기했지만 손도 발도 큼직하다.

동양화스러운 딸의 모습을 기대하셨던 아버지가

혀를 끌끌차실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잘생겼다. 남자였으면 한 인물하겠다.>

이런 이야기만 줄곧 들어왔다.

이쁘다는 이야기는 남들에게서나 부모님에게서나

들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인지 큰 사이즈에 대한 본태적인 반감이 있다.

키 큰 것만 빼고 말이다.

무조건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에 적용된다.

음식도 양이 많으면 무조건 거부감이 든다.

다 먹을 자신이 없으니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생각이 나는 거다.

그렇다보니 커다란 냉장고도 필요없고

김치냉장고는 더더욱 필요없다.

(시어머님이 물려주신댔는데 거절했다.)

조금씩만 만들어먹는다. 래도 남는다.

냉장고가 꽉차면 부담스럽다. 언제 다 먹지 싶어서.

냉장고에 오래두는 먹거리는 건강하지 않다.

이런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


독서는 평생 취미란에 썼던 것이었으나

지금 현재 내 책은 거의 없다.

이사오기 전 오랫동안 다녔던 목동도서관에 기증하고

근무했던 학교에 기증하거나 플리마켓으로 처리했다.

아들 녀석 몫의 책만 있다.

책은 인테리어가 아니다.

나만 읽고 책장에 꽂아만 두는 그런 책은

책의 입장에서도 화날듯 하다.

나는 제일 나누기 쉬운 품목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나눔하는 것은 나의 역량을 나누는 일이다.


옷도 그렇고 엽서도 그렇고 악세서리도 그렇고

무조건 작고 귀여운 것이 나의 선택을 받는다.

일관적인 나의 취향이다.

무엇보다도 식물 사진을 찍을 때 그 취향이 드러난다.

커다랗고 화려하고 우세종인 식물보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지 않고

척박한 곳에서 버티고 살아난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마냥 귀엽고 이쁘고 장하고 대견하다.

오늘의 사진은 부산 만두전골집 근처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토종 하얀 민들레이다.

요새 보기 쉽지않다.


어제는 남편에게 준 믹서기를 대신할

미니 블랜더를 하나 샀다.

막상 믹서기를 주고 나니 그리고 내가 백수가 되고 나니

간단한 스무디나 과일 쥬스를 딱 한잔 만들어먹는 것이 필요했다.

남편은 시어머님 스타일을 닮아서 한번에 많이 만들어놓고 계속 먹는 스타일인데

나는 딱 한번만 조금만 맛나게 먹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낭비가 아니냐고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암환자가 되고 나니 나처럼 먹는게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주기는 했다만.

미니 블랜더라 소음도 크지 않고

(예전에 믹서기를 돌리면 고양이 설이가 깜짝 놀라곤 했었다.)

양도 딱 나 한잔 맛있게 먹을 그 정도라 잘샀다 싶다.

오늘 아침은 딸기와 우유 그리고 바나나 한 조각을 넣어 만든 스무디이다.

모든 면에서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나

돈씀씀이는 전혀 줄지않는다.

어찌된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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