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습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즐겨하는 이유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려서부터 멀미를 심하게 했다.

가끔 가족끼리 놀러가는 날에는 여지없이 멀미가 와서

가는 길에 이미 1박 2일을 세게 놀고 온 몸 상태가 되곤 했다.

특히 대형버스를 타면 더욱 심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다행히 기차를 타고 가서 다행이었다.

멀미를 피해보고자

밥을 먹고도 타보고, 굶고도 타보고

온 종일 사탕을 빨거나 껌을 씹어보았어도 큰 효과는 없었다.

창밖을 보면 괜찮다, 아니 더 심해진다는 속설은

어느 날은 맞고 어느 날은 틀렸다.

심지어 대학 선택 기준도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으니

멀미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또한 계획적인 스타일이라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을 몹시 선호한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회의를 늦게 시작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수업도 종 치자마자 시작한다. 당연히 종 치자마자 끝낸다.

학생 때 쉬는 시간까지 수업하는 선생님을 몹시도 싫어했다.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매점까지 달리기도 해야하고 옆반 친구도 만나러 가야한다.

10분을 충분히 확보해주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조회와 종례도 가급적 간단하게 한다.

요즘 학생들은 종례 후가 더 바쁘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 선호도 1위 교사의 기본 자질 중 한 가지가 종례가 간단한 선생님이다.

그런 나에게 지하철이 주는 멀미 없음과 정시 출발 정시도착은 참으로 신세계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아보는데 사용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얼마 전부터 연동해두었다.

간단한 사진(주로 하늘, 구름, 달, 꽃, 물, 새 등)을 올리는데 쓴다.

새로 생긴 스래드에는 간단한 서 너줄의 느낌을 쓴다.

주로 지하철 이동 시간에 처리하는 일들이다.

그리고는 가보고 싶은 행사 안내들을 캡쳐해두거나

나의 최애 최강야구 갤러리를 탐색해보는 일을 한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것. 돈과 에너지를 아끼는 일이다. 지하철에서의 짧은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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