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팔이 여행인가?
처음 하는 일은 서툴고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이 딱 그랬다.
서울역에서 9시반에 부산에서 올라온 선생님들을 맞이하면 되는데
서울역까지 어떻게 갈 지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마침 2호선 지하철역까지 나를 모셔다줄 버스가 딱 오더라.
2호선에서도 결정하지 못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환승할지
을지로4가역에서 내려 충무로역으로 가서 환승할지도.
그냥 마음에 맡겼더니 을지로 4가역이었고
충무로역으로 가는 길에 옛 학교가 있었고
들여다보았더니 마침 야구부들이 연습을 시작하려 준비하고 있었고
거짓말처럼 우승하면 햄버거 사주마하고 약속했던 바로 그 녀석을 딱 마주쳤다.
28일에 햄버거 세트가 갈거라고
난 약속을 지켰다고 이야기했고
힘빼고 단타 위주로 스윙하라고 조언까지 했다.
누가 보면 야구부 감독인줄.
서울역에 내려서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것을 찾아본다.
매번 미니 유부초밥을 사먹었는데(올해 기차탔던 날은 모두)
오늘은 반대편으로 갔더니 미니 주먹밥 도시락이 있고
관람석처럼 만들어진 혼밥 맞춤형 자리도 있었다.
미니 주먹밥 세 알을 먹고(약간 들기름냄새가 진했다만)
일행과의 미팅까지는 순조로왔고
오늘의 차량은 연예인이 주로 타는 까만색 리무진이었고(이번이 두번째 탑승이다.)
나는 오랫만에 오지라퍼와 투머치토커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대문형무소(여기는 꽤 오랫만의 방문)와 국립중앙박물관은(요기는 얼마전에 예습 완료)
내 전공 지역이니 말이다.
대문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남산타워를 볼수있는 SNS명소이다.
두 곳을 살펴보고는 재빨리 수원쪽으로 간다.
민속촌을 가나 싶었는데 지나쳐서
웬 기사식당이 틀림없어 보이는 곳에 우리를 내려다놓는다.
학생들이 저녁먹고 숙소로 들어갈 식당이란다.
이건 아니다.
메뉴도 완전 성인들 선호 메뉴에
식당 내부 환경도 품격에 맞지않다.
물론 가격이 착하다만(8,000원)
안가봤으면 큰 일 날뻔했다.
내 아들이 여기서 먹는다고 생각하니 그것 아니다.
그래서 답사가 꼭 필요한 법이다.
내가 그 학교 인솔교사는 아니지만 얼굴 가득 부정적인 표정을 지어보였으니 다들 알아차리셨을 것이다.
수학여행은 날씨, 식사, 그리고 숙소가 좋으면
100점 만점에 80점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가 다 좋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니 업무 담당 선생님은 노심초사 애가 탄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되어서 내돈내산으로
그 인근 식당에서 동태탕을 먹었는데
내 생애 뒤에서 두번째로 맛없는 동태탕이었다.
꼴찌는 기억나지않지만 뒤에서 두번째라고 해두자.
양념이 전혀 배어있지도 우러나지도 칼칼하지도 맛갈나지도 않다.
내가 끓여도 이것보다는 백배 나을 수 있겠다.
양푼에 주는 맛난 생태탕집이 문득 떠올랐다.
동태와 생태는 격이 다르긴하지만
그 동태탕부터 일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 계속 이어진다.
너무 힘들고 이제 지하철에서 내린다.
집에 가면 설이 츄르 하나주고
혼자 집 잘 지킨 칭찬으로 궁뒤팡팡 세번해주고
그냥 뻗을 예정이다.
12시간만의 귀가이다. 초근 수당 받아야는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