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아리송한 아르바이트 후기 2편

내가 당사자가 아니면 객관적인 시각이 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동태탕을 먹고 나오는데 엄청 성실해보이는 주인장님의 부탁이 이어진다.

영수증을 주면서 네이버에 식당 후기 입력을 부탁하는 거다.

아무리 내가 SNS에 그다지 비협조적은 아니다만 이것은 안쓰는게 낫겠다싶다. 좋은 말을 쓸수가 없다.

개인용 뚝배기로 주는 줄 알았는데 다같이 먹는 그릇에 나오고(양은 많았다만 대세는 각자 먹는 것이다.)

맛난 밑반찬 하나가 없다. 음식도 실력이다.

공무원 출장 시 식비는 여비에 포함되어서 나오는데 3식에 25,000원이다.

동태탕은 10,000원이었다. 물론 나는 내돈내산이다.


다음으로 답사한 곳은 3개 학교 중 1개 학교가 선택한 숙소인데

그 옛날 한번쯤은 와봤던 추억의 장소이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 시험문제 출제에 와서 자발적으로 감금되었던 곳이다.

바뀐 것은 리조트안에 24시간 편의점이 있다는 점 뿐인듯 하다.

수학 여행 인솔 교사의 또다른 어려움 중 하나이다.

그 안에서는 술과 담배를 판다. 물론 미성년자에게 팔면 안되지만 말이다.

오래된 나무들이 이룬 숲과 산책길이 이쁘다만

수학여행와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 이쁜 길을 산책하는 그런 학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선생님들빼고는...

나이든 중후한 리조트를 보는 마음은 나를 보는 듯 애잔하다.


이곳까지는 그래도 동태탕말고는 괜찮았다.

이후가 문제이다. 여주를 가야한다.

명성왕후 생가기념관과 세종대왕릉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여주까지는 빠져나가는 길이 외통수이고 막힌다.

왜 여주까지 가야하는지의 이유는 애매하다.

나도 한때 이동거리 중에 운전 기사님은 쉬셔야 하고 동선도 애매하여 이곳을 들렀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내가 구성한 수학여행은 아니었고

그때는 따라가기만 하는 애송이였다만...

용인과 서울인근에서의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최고의 목적지는 학생들에게 꿈과 사랑을 나누어주는 에버랜드이다.)

내려가는 마지막날 3일차에 이곳을 들러서 간다고 한다.

고속도로 인근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 하고

수학여행이라 노는 것에만 신경쓴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그 마음을 잘 알겠다만...

수학여행 코스를 작성할때는 여러 가지 논의점이 있겠다만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긴 하다.

그래서 역사와의 접목을 생각하거나(궁, 릉, 사찰, 각종 기념관과 박물관)

아니면 과학이나 예술과의 연결고리를 고려한다.(각종 과학관이나 미술관 등)

나도 그랬었다.

그런데 수학여행 당사자들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냥 놀고 싶기만 한 나이이고 시간이다.

이제는 나의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수학여행은 이름을 여하튼 바꾸고

(체험학습의 날이나 테마체험으로...)

하나의 테마에 핵심을 맞추어서

놀려면 확실이 노는 걸로 구성하는 것이 맞다는

수요자 중심의 마인드로 말이다.

조금은 나의 사고가 세련되어진 것일까?

아니면 수요자가 최고라는 맞춤형 시장 경제에 적응한 것일까?

억지로 박물관이나 과학관에 데려다 놓으면 뭐하겠나? 전시물 하나라도 기억이 나면 다행이다.

억지로 궁이나 릉에 가면 뭐하겠나? 과거와 역사에 관심이 1도 없는데...

나이가 들고 생각이 정리되면

가지말래도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남의 묘지에는 왜 왔나요?> <전 기독교인데 왜 절에 가야하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행이다.(실제로 여주에 있는 바로 이 릉과 그 옆 사찰에 갔을 때 내가 들었던 질문이다. 사실은 질문이 아니라 불만이다. 옛날이어서 순하게 말한 것이다.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꼭 2박 3일 잠을 자는 여행이 필요한 것일까도 의문이다.

가족끼리 여행이 힘들었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가족끼리의 학기 중 체험학습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이다.

2박 3일을 붙어있으면 서로가 맘에 안드는 이유가 300개는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과 나이이다.

수학여행 후 학폭 및 왕따 사안이 많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유이다.


수학여행, 계속 이런 시스템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별별 생각을 다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여주까지의 길은 막히고 멀었다.

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명성왕후 생가기념관과 세종대왕릉에는 대형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나는 아직 피기 전인 연꽃만이 눈에 들어왔다.

제발 릉이나 궁이나 사찰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싸우거나 치기장난하러 뛰어다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몹시도 창피했던

그러나 무어라고 단호하게 제지하기도 힘들었던(보는 눈이 많고 분위기 깨기가 미안하니) 그때가 생각났다.

어제 하루가 몹시도 길었다.

다음편에 계속된다.

이제 아침을 먹어야겠다.

어제 저녁도 수원역에서 용산역까지 오는 동안 서서 먹은 단백질바 하나로 대충 떼웠다.

실로 오랫만에 입석 무궁화 기차를 타봤다.

희한한 경험과 생각을 가져다주는 아르바이트이다.

정식 명칭은 <수학여행 답사 교사 인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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