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준비 - 교통편

무쇠팔, 무쇠다리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작년부터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지하철 출퇴근을 했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준비이자 연습이었나싶다만.

그 이전까지는 자차 운전을 하여 출퇴근하거나 가끔 출장이나 다른 일이 있을때는 지하철을 타기도 했었지만

점점 그 비율 중에 지하철 탑승 비율이 높아졌다.

물론 그 이유에는 아들 녀석의 회사 이전으로 지하철 출퇴근이 많이 모호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자연스럽게 차의 주인공이 아들 녀석이 되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나의 운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시내 한 복판으로의 주행이 편한 일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운전을 하고 다니는 신여성(?)이 될 것이라 다짐했었다.

집에 자가용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는 교사가 되어서 내가 돈을 벌게 되면서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고

주말에 틈틈이 학원을 다니고 운전면허 시험 대비 공부를 하고(처음보는 내용이 많았다.)

마침내 교사로서의 첫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시험에 도전했다.

그 당시 시스템은 하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시험봐서 붙으면 주행실기를 곧장 보고 붙은 사람은 다음 날 연수까지 진행하는 원스톱 시스템이었다.

잠실 어디 한강공원쪽에서의 떨렸던 그 날 하루 면허 시험이 한번에 합격이란 결과와 꿈같이 지나갔고

(당시 열번씩 도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번에 붙은것은 대단했다.)

나는 먼 화곡동 집까지 돌아올 기운이 없어서

근처 외갓집에서 하루 잤었던 것 같다.

다 커서 외할머니와 함께 자고 함께 밥을 먹은 유일무이한 날이었다.


운전면허 취득 후에는 종종 주말에 운전 실기 연습을 학원 전문 기사와 함께 했고

서울 시내에 언덕길이 그리 많은지를 알게 되었고(그때는 모두 수동일때라 언덕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언덕길에 정차했을때의 그 긴장감이라니. )

비가 오면 시야가 엄청 가려져서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얼마나 미끄러지는지도 체감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멋지고 여유있게 운전하는 나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정작 운전을 시작한 것은 아들녀석을 낳고 봐줄 사람이 없어서

친정집으로 아침마다 아들을 데려다놓아야하는 형편에 놓이면서 부터이다.

역시 궁해야 뭔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남편도 나도 운전 면허만 있지 실전 경험은 없어서

새 차를 시아버님께서 집까지 꽤 먼거리를 이동시켜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첫차 첫 운전의 떨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왜 평지가 없고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그리도 많은 것이냐

발가락에 쥐가 날 것 같은 15분 정도 거리의 운전이었다.

물론 아들 녀석은 잠에서 덜깨어 카시트에 앉아있었고

내 생애 가장 부들부들 떨렸던 날 중의 하루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그 차를 이동시켜주면서 안전 운전을 당부하시던 시아버님은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 되었고

함께 아슬아슬 운전을 시작했던 남편은 항암주사를 맡으러 벌써 집을 나섰고(복수가 계속 찬다. 배가 꽤 불룩하다. 보는 나도 힘든데 본인은 어떻겠나. 오늘은 꼭 빼달라고 하겠다고 집을 나섰다만. 대학병원에서 환자는 절대 을이다.)

카시트에 앉아서 잠자고 있던 아들 녀석은 운전 10년차도 넘었고

이제 전기자율주행 자동차를 사겠다면서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가끔 운전을 하지만

점점 늦어지는 내 발의 반응 속도와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언제까지 믿을 수는 없다.

결국 어르신 시대를 맞이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

될 수 밖에 없다.

버스에서는 오르 내리는 것을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았다.

경사각이 높고 빠른 시간을 요구한다.

나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 올 것이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다소 돌아가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나는 작년, 올해 열심히 지하철로 돌아다니고 있다.

이리 저리 표지판도 잘 살펴보고 방향과 시간대도 잘 살펴보면서 말이다.

그래도 지하철역에서 정신을 잠시 놓으면 5호선을 타야는데 7호선 개찰구 앞에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1년 정도 연습을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지하철에서 크게 이야기하거나 임산부석에 앉거나

핸드폰을 크게 틀어놓거나 통화를 오랫동안 하는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노약자석에는 언젠가 앉게 되겠지만...

열심히 산책하며 다리힘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요즈음

무쇠팔, 무쇠다리 로보트 태권 브이가 부러워진다.

남편의 항암주사로 시작하는 한 주일은 마음이 무겁다.

글을 쓰는 옆에 누워있는 설이의 재롱이 위안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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