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과학교사인데 말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에서 화학 분야를 제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화장품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이게 그거랑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지라 냄새에 민감하다.

비염이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없으나

심해진 것은 대학생 때가 틀림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데모와 최루탄이 난무하던 그 시절.

손수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가 없었던 그 시절

콧물과 눈물 없던 날을 손꼽을 정도였다.

그 뒤로 화학 약품 실험 시간만 되면 코끝의 간지럼을 느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콧물이 흐르게 되면 눈물이 따라 오고 곧 이어 심한 두통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교사가 되어서도 약품을 다루는 실험을 하는 날이면

긴장성 두통에 피부가 따갑거나 코가 간지러워 빨갛게 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화장품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학생들 앞에 민낯으로 서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 변장 수준의 기초 화장을 할 뿐이다.

스킨과 로션 그리고 파운데이션으로 낯빛 조정(조금은 생기있는 피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미 있는 부분을 가리기 위한 목적의 하이라이트 솔질이 십 수년 간 내 화장법이다.

주름을 펴주는 신비의 아이크림이나 피부의 탄력성을 회복시켜준다는 각종 크림 등은 게을러서 못한다.

남들이 세안을 하고 팩을 하고 다시 세안을 하는 그 시간에 나는 이미 졸음으로 수면의 강을 건너고 있다.

엊그제 스킨이 거의 떨어져가는 것을 보고 스킨이라고 사온 것이 반이나 남은 로션이었음을 오늘 아침에서야 발견하였다.

그러나 로션만 바르고 나선 아침 피부가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것 보니

꼭 두 가지를 순서대로 발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나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뭐 어쩌겠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틸 수 밖에..

그나저나 어제 지하철에서 본 그 여고생은(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여고생임에 틀림없다.)

그 수많은 화장품을 어찌 그리 신중하게 정성껏 바르고 있었을까나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내일은 꼭 스킨을 사러가야겠다. 스킨인지 꼭 물어보고서 말이다.

외형만 보면 스킨인지 로션인지 구분이 안가는 화장품 잘 모르는 여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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