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1
꽃구경은 늦추면 안된다.
봄꽃이 절정이다.
다음 주면 어찌 될지 모른다.(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갑작스레 봄비가 내리기도 하고 돌풍이 오기도 하고 황사가 몰려오기도 해서
잠시 밖을 잊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봄꽃들은 다 지고 떨어지고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봄꽃을 보고자 작정을 했다.
서울의 봄꽃 구경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용산에서 주말 축구 모임이 있는 아들을 내려주고 오랜만에 한때 나의 주 산책지였던 노들섬 공원에 갔다.
이곳에 이사오기 전 신용산역 인근에 살았었다. 집에서 왕복 한 시간 소요되는 코스가 노들섬 공원이었다.
한강도 보이고 여의도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지상철이 지나가면서 노을이 지는 환상적인 곳이었다.
오랜만에 옛 연인을 만나는 날인 듯 설레어 노들섬 공원에 들어섰으나
꽃들은 아직 채 피지 않았고 어제 저녁 불금을 보낸 쓰레기 흔적들만이 가득했다.
이제 마음 정리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안녕 옛 사랑 노들섬 공원...
그러고는 오랫동안 내가 거주했던 목동 아파트, 지금은 아픈 동생이 있는 그곳을 다녀왔다.
동생의 아픈 과정을 언젠가는 글로써 풀어낼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봄꽃들이 사방에서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노랗고 분홍 분홍하고 희고 작고 여리여리한 이 모든 봄꽃들이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묘하게 어울리고 익숙한 반가움을 주고 있었다.
오늘 감탄하며 찍은 꽃 사진만 50장은 족히 넘을 것 같다.
꽃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꽃 사진 찍는 사람들의 나이는 정해져있다.
오고 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눈에 담은 꽃과 나무들도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꽃들을 보러 나온 차들로 길은 엄청 막혔다.
밥때가 지났는데 길은 막히고 갑자기 매운 음식 생각이 났다.
양배추와 감자 크게 썰어 넣은 매콤 닭갈비와 슴슴한 콩나물국.
아들 녀석은 멸치 냄새가 진한 국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던 것 같다.
꽃을 보다가 즉석에서 결정한 메뉴지만 봄꽃 구경과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가?
꽃구경도 물론 식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