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최강야구

봄꽃과 함께 돌아오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주말 저녁밥을 먹으면서 TV로 뭘 볼까 잠시 고민한다.

유튜브가 될 때도 있고 스포츠 중계가 될 때도 영화나 드라마가 될 때도 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은

연속극에서는 자주 나오던데 우리 집에서는 흔치 않다.

나는 아들과 남편 핑계를 대고 그들은 내 핑계를 대곤 한다.

서로의 한 주간 불편을 토로하는 시간이 되기 일쑤이다.

밥만 먹기는 그래서 TV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하나

가끔은 그 선택에 있어서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재미있는 영화라던데 초반에 너무 착한 사람이 당하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난 새가슴의 소유자라 TV 프로그램에서까지 폭력이 난무한다던가 기분 나쁜 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굳이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다. 가끔씩은 강한 잔상이 남으면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아픈 동생을 보고 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편이 확실한 스포츠 게임을 보는 것도 우려되는 바가 있다.

내가 응원하는 편이 지는 패배 요정 역할을 종종했던 경험이 있어서이다.

어제도 오랜만에 류현진의 첫 승을 응원하고 싶어

5회에 딱 채널을 돌렸는데 하필 그때부터 소나기 안타를 맞는 참사가 일어났다.

내 탓인가 싶어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따라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TV 프로그램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도 사실 많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상 TV를 많이 보지도 않는다.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우세하다.

TV 수신료도 시청 시간에 따라 차등으로 내야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할 정도이다.

이런 내가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초저녁 잠을 버리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지켜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다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최강야구이다.

이제는 나이 든 레전드들의 도전에 함께 안스럽고

더 나이 드신 김성근 감독님의 모습에 감동스럽기까지 한

아마도 올해가 라스트 댄스가 될 거라고 생각되는 최강야구.(내 생각이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기를 기도한다.

나의 정년퇴직이 아름답기를 기도하는 마음과 같다.

이제 며칠 뒤면 다시, 최강야구가 시작되고 나는 월요일을 더 기다리게 될 것이다.

봄이 오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