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감독의 유사점
팀 스포츠에서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고 주어진다.
물론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선수이지만
그 한 경기를 위해 같이 준비하고 같이 노력하는 많은 원팀의 구성원들이 있다.
물론 열심히 응원하는 선수의 가족들이나 응원단도 마음은 똑같다.
그럼 선수로서 레전드를 찍은 사람들이 감독으로서도 탄탄대로를 걸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참고하면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에 대한 별별 의견이 있지만
내 생각을 학교에 대입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의 신규교사 시절에는 국립대학교 사범대학 출신은 임용고시나 순위고사등을 통과하지 않아도
교사 발령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립대학교 사범대학이 딱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물론 어느 대학 출신이든 임용고시를 보아야만 한다.
첫 학교에 갔더니 과학교사 중 2명이 S대 출신이었다. 그것도 물리 전공인 두 분이다.
당시는 물리과가 의대를 누를때도 있었던 높은 순위고사 성적들이 가는 과였다.
물론 물리학과와 물리교육과는 차이가 있다만
최고 수준의 학력을 가진 교사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학력을 가졌다고 교과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경지의 학습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자신은 교과서 한번만 쓱 읽어도 모든 내용이 이해 가능한 수준인데
학생들은 왜 이것을 모르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교과서 수준보다도 더더욱 심화된 내용을 멋지게 알려주는데
학생들은 교과서 수준도 전혀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학생들이 어느 부분을 왜 모르고 그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걸 왜 몰라라고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수업 시간에는 침묵만이 오고가게 된다.
교과서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시험 문제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과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이었다.
나는 그렇게 똑똑한 수재과가 아니다.
특히 과학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원래 문과 체질인데 친구따라 자연계를 간 형편이니 더더욱 그렇다.
나도 잘 모르고 어려워했던 부분이 분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고
또 동생들의 과학을 가르쳤던 경험이 바탕이 되니(용돈을 타려면 할 수 없었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당연히 짐작할 수 있고
그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한 학기만에 족집게 일타 교사로 등극하게 되었다.
내 입으로 아침부터 심한 자랑질인가?
자존감 회복 차원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앞에서 설명한 S대 출신 교사가
스포츠에서는 레전드급 선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은 연습도 경기도 퍼포먼스도 저절로 수행이 되고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물론 연습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한다.
왜 저렇게 많은 연습을 하는데도 안되는 것인지
몸이 딱딱 안 움직여지는지 작전 수행 머리가 딱딱 돌아가지 않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전체적인 팀 운영과 작전 수행에 있어서 믿음감이 생기지 않고
팀원간에 묘한 간극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반복된다.
레전드급 선수가 레전드급 감독이 되기 힘든 이유이다.
차라리 공부의 어려운 부분을 미리 경험한 바가 있는 나와 같이
열심히 운동을 해도 안되는 그 부분을 절감했던 레전드급에는 약간 모자랐던 분들이
그 부분을 꼭꼭 집어주면서 명장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 일은 코치가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코치가 하는 일이라도 감독이 그 내용에 공감하고 있는가 아닌가는 차이가 나게 되어 있다.
감독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도 선수들은 민감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그 팀의 자잘자잘한 이슈 하나까지도 모두가 감독 몫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래서 한 팀의 리더가 중요한 것이다.
겁 없이 리더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니 교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무조건 공부를 잘하기만 하면 된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못해서는 힘들고(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가르칠수는 없다.) 아마 지원도 하지 않을것이다만.
내가 선수일때와 감독일때의 그 미묘한 차이는 분명하다.
감독은 그 팀 전체의 크나큰 우산이 되어야만 한다.
어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