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의 부상 일기 두번째

다칠때마다 엄마의 간은 쪼그라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들 녀석은 나를 닮아서 호흡기의 성능이 별로 좋지 못하다.

후두염과 목감기를 달고 살았고

환절기마다 콧물과 기침이 끊이지 않았으며

아토피성 피부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하였고

지금도 피곤하면 후두와 편도가 심하게 붓고 고열이 나기도 한다.

미안할 뿐이다. 건강하고 튼튼한 DNA를 물려주지 못해서.

여기까지는 나를 닮은 것이고

남편쪽을 닮아서는 발바닥에 유전으로 인한 질병인 염증 반응이 있어서(수족저각화증이 병명이다)

그 것 때문에 군대를 공익근무로 대체했을 정도였다.

군화를 신으면 염증이 심해져서 다리가 붓고 정상적인 복무가 힘들다고 한다. .

발바닥이 까지고 많은 금이 가있는데 그 사이로 쉽게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 어려움을 참아내고 지금도 주말마다 조기축구를 뛰고 있으니 그것도 대단할 따름이다.


아들 녀석 두 살때 쯤이었나보다.

결혼 기념일이었던지 해서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제법 좋다는 레스토랑에 갔었다.

동굴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했던 곳인데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고

테이블 근처를 암석인지 암석 형태를 비슷하게 흉내낸 시멘트인지 특이한 장식을 해둔 곳이었는데

오더를 하고 난 직후 의자에 서있던 아들 녀석이(물론 남편이 아들을 잡고 있었다만)

균형을 잃으면서 콕 하고 그 암석 뾰족한 곳에

눈 주위를 박았다.

의자가 푹신푹신하여 아이가 몸을 못 가눌만 했다.

멋진 인테리어였지만 안전 감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곳이었던 셈이다.

곧 그 상처 주위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고

나는 혼비백산하여 빨리 병원을 가자 했는데

남편은 주문을 했는데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면서 음식을 먹고 움직이자고 한다.

그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

맛이 느껴지겠냐만. 그런 스타일이 남편인 것이다.

지금도 지독하게 나와 맞는 구석이라고는 없다. 로또만큼 맞지 않는다.

다행히 피는 곧 지혈이 되었고 피부가 많이 찢어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병원에서는 바늘로 꼬맬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꼬매려면 마취 주사 없이 꼬매야는데 그러면 아이가 너무 힘들고 통증이 심할 것이고(움직이지 않고 가만이 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심하게 벌어지지 않아서 그냥놔두어도 피부가 잘 붙을 것 같다고 했고

어차피 꼬매거나 안꼬매거나 흉터는 생긴다고 커가면서 없어질 거라 했다.

그 날 이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마데카솔을 발라주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흉터는 눈썹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만 아는 흉터가 되었었다.


네 살때쯤 남편 회사 1박 2일 워크숍날을 간 날이었다.

젊은 형들이랑 당시 핫템인 팽이 돌리기를 하다가(실로 돌아가는 팽이를 살짝 드는 기법을 해보려고 하다가)

팽이의 뾰족한 면이 눈으로 튀면서 콕 찍혔고 곧 눈동자 옆에 핏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나는 또 제 정신이 아닌데

남편은 회사 직원들 기분 좋은데 내색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고

이미 술을 마셨고 차가 없어서 병원을 갈 수 없는 깡 시골이었다.

다음 날 서울에 돌아와서야 큰 안과 전문 병원에 갔으나

다행히 피는 내부에서 서서히 흡수되었고 시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또 내가 해줄 일이라고는 안약을 넣어주는 일 뿐.

그리고는 집에 서너개 있던 팽이는 모두 다 버렸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그 중요한 고3이 된 첫날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누군가가 발로 찬 축구공에 안경이 맞아서 산산조각으로 깨지면서

(정신을 어디다 두었다가 정통으로 공을 맞은 것이냐)

다시 한번 그 눈의 바로 그 위치가 찢어지게 된다.

나에게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혼자서 안과를 찾아가서 눈에는 이상이 없음을 판정받은 후

상처부위를 꼬맸다고 하는데 너무 듬성듬성 꼬매줬다.

나에게 연락했으면 안과 갔다가 꼬매는 것은 피부과에 가라고 코치를 했을텐데

이야기했다가는 혼날까봐 혼자 처리를 하고 나니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래도 그렇지 그날 학교 보건 교사나 담임 교사는 왜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주지 않는것이냐?

지금 같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진상 학부모가 될 뻔 했다.

고3 첫날 점심시간에 책을 보고 있어야지 운동장에는 왜 나간다 말인가? 아들 녀석 잘못이 더 크다.

지금도 눈썹 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흉터가 얇게 희미하게 보인다.

괜찮다. 안경테로 가리고 다니니 괜찮다.

누가 아들 녀석의 눈만 말똥말똥 쳐다 볼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쪽 눈 주위가 아들 녀석의

주 부상 부위였던 셈이다.


위험한 물건은 치우고 열심히 아들 녀석을 본다고 했지만

이렇게 저렇게 다치는 일은 발생하게 되더라.

그때마다 딸만 키웠던 친정 엄마에게 잔소리 일침을 듣는 것은 물론이었다.

<아이가 다치거나 아픈 것에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모두 다 어른 잘못이다.>

요새 내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말 뜻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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