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르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요리와는 거리가 먼 후배가 단톡에 잘문을 던졌다.
점심 먹으러 나왔는데 왜 비빔밥은 13,000원,
평양 물냉면은 14,000원이냐고?
비빔밥은 반찬도 4가지가 제공되고 냉면은 달랑 무김치 하나인데 뭔가 이상한 거 아니냐고?
평양냉면 전문 식당에서는 16,000원도 하더라고 답을 달아두고는 왜 그런 것일까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 음식점에서 면을 자체적으로 뽑는다면 그 인건비와 과정을 생각하면 인정할만 하다고.
그런데 웬만한 유명 냉면 전문점 아니고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특히 비빔밥과 냉면 등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다고.
그 옛날 어르신들이 국수나 면 종류를 해서 드신 것은 비용 절감이 가장 컸었을텐데
요즈음은 꼭 그렇지만도 않으니 음식점의 단가 계산 비법이 있겠지 싶다가도 문득 나도 궁금하다.
지난 주 남편의 하루 세끼 식단 준비로 조금은 힘들었고 잔반이 많이 남았다.
어제 저녁부터 아들은 출장, 남편은 지방 회사로 가서 다시 혼밥의 시기와 잔반 처리의 시간인 셈이다.
먼저 어제 저녁에는 콩나물국을, 오늘 아침에는 배추김치를 처리했으나
아직도 순두부 조금, 두부된장찌개 조금, 닭육개장 조금, 오이냉국 조금이 남아있다.
오늘 점심으로는 아픈 동생을 보고 나서 막내 동생 부부와 외식을 했으니
저녁부터 가열차게 다시 냉장고 비우기에 들어가야하는데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운 적은 근래 처음인 것 같다.
물론 고봉밥은 아니었다만.
나는 차돌된장찌개를 동생은 청국장을
매부는 낙지비빔밥과 불고기 세트를 먹었다.
적당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점점 이런 스타일의 식당과 너무 시끄럽지 않은 곳을 찾게 된다.
그리고 맵찔이와 소식좌가 되어 가고 있다.
메뉴만 봐도 어르신의 시그니처이다.
17일부터의 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등극한다.
나혼자라면 지나가다가 땡기는 것을 먹으면 되는데
동생은 고기를 좋아라 하지 않고(냄새가 난다고 한다.)
조카는 지독한 맵찔이이다.(아예 못 먹는 수준이다.)
두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과 탐색의 시기인데
(물론 나혼자만의 과정이다.
동생은 학기말고사 준비로
조카는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방탈출 게임만큼이나 나에게는 어렵고 복합적인 문제이다.
먼저 함께 하는 첫날 저녁에는 일단 고기집을 가볼까 한다.
동생은 고기러버 아들을 위해서 고기집에서 기꺼이
찌개와 겉절이 및 사이드 메뉴와 김치볶음밥을 먹어주겠다고 한다.
제주이니 흑돼지 오겹살집을 가야 마땅하겠으나 소고기집으로 갈 수도 있다.
당일 막내 동생의 컨디션에 달려있다.
둘째날 아침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글루텐 프리 빵과 과일 음료를 먹으면 될 것 같고
점심은 동선에 맞추어서 해물라면과 햄버거(조카 최애 메뉴이다. 같은 식당에서 두가지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도 약간은 신기하다.)
혹은 보말김밥과 해물비빔국수가 될 확률이 있다.
저녁은 전복새우우럭조림과 옥돔구이 그리고 뿔소라 미역국 한상 차림을 희망한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저녁과 점심의 가격차이가
동일 메뉴인데도 5,000원이 나서
저녁과 점심을 바꾸어야 할까 생각중이다.
동선을 바꾸면 된다.
동선에 따라 식당을 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식당에 따라 동선을 정하는 새로운 시각을 적용해본다.
돌문어볶음을 먹고 싶기는 한데
조카에게는 너무도 매운 도전이라 안될 듯 하다.
깨끗하게 포기한다.
마지막 날 아침은 전날 저녁에 간단하게 장을 봐가지고 들어가려 한다.
디저트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빵을 사가지고 갈 확률이 매우 높다.
11시 퇴실시간까지 충분히 멋진 숙소를 즐기려는 작전이다.
점심은 전복솥밥 예정이고
이른 저녁은 공항에서 내키는 것으로 간단하게 먹고 비행기를 타려 한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뿐.
계획대로 되어지는 일상은 평온하기는 할테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동생도 알고 나도 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된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제주에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오늘 동생과 점심을 함께 하고 헤어지면서 말했다.
<제주에서 만나> 라고...
(오늘 대문 사진은 나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냉면인 이대앞 가미분식 물냉면 사진이다.
내 입맛에 익숙한 양념의 감칠맛이 최고이다.
이 글을 쓰고 첫날 서울에서 유명하나
절대 갈수는 없는 우대갈비집 제주점과
둘쨋날 점심 식당을 플랫폼을 이용해서 예약에 성공했다. 나머지는 내키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