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깨었을때 휴대폰을 보지 않는 날을 기다린다만

오늘도 좋은 연락을 기다린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휴대폰을 쓰기 시작할 때쯤이 간병이라는

길고 긴 터널에 들어갈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잠에 들기 전 바로 옆에 휴대폰을 두고

자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외삼촌의 신상에 변고가 생겨서 연락이 올까

그러다가는 치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또 그러다가는 아버지에게 안좋은 일이 생길까

근심 걱정이 특히 잠자리에 들때면 심해졌었다.

(악몽을 꾸는 근원이다.)

자다가 잠이 깨면 핸드폰부터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핸드폰을 보고는

마음을 쓸어내리고 다시 잠을 청하는 그런 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외삼촌은 내가 방학 중 오랜만에

태국에 놀러간 이틀째 새벽에 돌아가셨다.

주말 내가 당번으로 외삼촌, 엄마, 아버지를 지켜봐야했던 날이었는데

(물론 24시간 간병인이 옆에 붙어있었다만)

외국가는 나 대신 신입사원이었던 아들 녀석을 보내둔 날이었다.

그 새벽에 조용히 외삼촌이 가셨고

집에서 돌아가셨으니 경찰에 신고를 해야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아들 녀석의 몫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무섭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나는 태국에서 그 새벽에 울리는 전화소리를 듣고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었고

내 인생 최초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First Class에 탑승하여(티켓이 없었다. 간신히 구했다.) 귀국했었다.


어머니도 새벽녘에 가셨다.

외삼촌과 형제 아니랄까봐 비슷한 시간이다.

그 날 새벽의 톡 알림도 그리도 크게 울렸었다. 진동이었는데 말이다.

어머니도 집에서 가셨으니 역시 경찰에 신고를 했고

(두 번째이니 조금 덜 놀랬다.)

국과수에서 검시관들이 왔었고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아주 편한 얼굴로 누워계셨었다.

옆방에는 아무것도 모르는(아니다. 알고 계셨는데 표현을 못하신 것인지) 아버지가 누워계셨었다.

그리고 어머니 시신을 옮기는 그 와중에도 아버지께는 말을 못했고(아버지 상황도 더 나빠질까봐)

아버지는 그 이후로 입을 다무셨다.

거의 말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저녁 9시 정도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전화였는데 그 벨소리도 엄청 컸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니 간병인 여사님 번호이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초저녁잠이 많은 내가 웬일로 잘 준비도 안하고 있었고 다행히 아들 녀석과 함께 였다.

벌써 몇 번 해봤는데도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요양병원까지 가는 운전은 아들이 했으니 다행이었다.

돌아가셨는데도 코로나19 검사를 해야만 하는 그 대기 시간 동안 나는 머릿 속이 하얗게 되었었다.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얼마되지 않아서

갑자기 나빠진 컨디션에 코로나19가 겹치고

급성 폐렴이 되고 심한 욕창이 생기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동생의 긴급 상황 파악이 필요했(그때는 하루하루 절로 기도가 나왔다.)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동생과

아픈 사람 명단에 들어간 남편과의 연락을 위하여

아직도 나는 잘 때 옆에 핸드폰을 두고 잔다.

물론 진동이다

푹 잠에 들면 진동은 들리지 않을때도 있다.

경주 지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던 날(수능 전날이라 긴장했었나보다.)

나는 늘 그렇듯 일찍 초저녁잠에 잠깐 들었다가 21시쯤 깨었는데

톡과 전화가 수십통 들어와있었다.

당시 교무부장이었으니 다음날 일정 관련 협의가 꼭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아찔했었다.


언제쯤 취침하는 동안에 핸드폰을 멀리 두고 잊고 지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런 날이 쉽지는 않을 듯 하다.

톡이 와도 한참 뒤에 살펴보고

전화가 울려도 천천이 받으며(긴급한 일이면 또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광고 카피 문구처럼 핸드폰은 잠시 꺼두는

그런 여유로운 삶은 아직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듯 하지만

그래도 나는 가끔 놀라고 걱정되기는 하지만

무언가 연락이 오고가는 삶을 기대한다.

하루종일 톡이나 전화가 없는 날은 컨디션도 저조해진다.

어젯밤.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 전화가 자는 동안 들어와있었다.

아마도 잘못 누르신 듯 하다만(종종 그러신다.)

9시 넘어서 안부 전화를 한번 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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