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경춘국도

누구나에게 젊음의 거리였던 곳들

by 태생적 오지라퍼

제주에서 동생과 조카를 모시고 다녀야하는데

운전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 확보가 필요하다.

오늘이 그 연습 적기이다.

왜냐면 지난 주말 양평 나들이에 신나서 다니다가

한옥카페에 모자를 두고 왔고

선거날 찾으러 가렸는데 길이 엄청 막혔었고

시어머님 양로원과 수박사는 마트를 찾다가

기력이 소진되어서 못갔었다.

찾으러 가야만 한다.

내 최애 모자이다.

이제 1일 1미션 이상 수행이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도전하는 날이다.


일단 한옥카페 오픈전에 모자 회수에 성공한다.

길을 돌아가지도 않았고

내비게이션 보는데 어려움도 없었다.

첫번째 미션 클리어.

두번째는 출장간 아들 녀석 픽업을 핑계된

국도 운전 연수이다.

제주도는 고속도로는 없다.

국도에서 이리 저리 잘 살피고

내비게이션과 친숙한 관계를 도모하면서

원주까지 드라이빙에 나선다.

지나가는 도시의 지명들이 낯설지 않다.

언젠가 한번쯤은 지나갔던 추억의 장소이다.


한옥카페 가기전 지나갔던 미사리는 한때 뮤직바의 대명사였다.

강뷰에 비싼 커피값을 내면 꽤 이름난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서너곡 불러주었다.

누군가는 송창식을 보았다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정수라의 노래를 들었다고도 했다.

소주 열병보다도 비싼 커피 한잔이었다.

남자들은 싫어했으나 여자들 기분 맞춰주러 갔다는 후일담이 전해져내려온다.

옛날 이야기이다.


대성리와 강촌은 대학생때 MT를 갔던곳이다.

밤 기차를 타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크게 부르고

생맥주를 나누고 오징어를 씹어대며

눈물이 나는데도 그렇게 모닥불을 피우던

그 곳에서 누군가는 꼭 오바이트를 하곤 했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코를 심하게 골아댔다.


용문사의 크고 오래되고 유명한 은행나무는 아직도 잘 있을까?

은행나무 맞나? 나무는 기억나는데.

도토리묵과 막걸리로 유명한 지평 어딘가의 그 식당도 잘 있겠지?

그날 공이 잘 맞아서 맛나게 느껴졌을수도 있다.

국수역 근처 국수가 유명하대서 굳이 찾아가서 먹었던 그곳도 여전하겠지?

딱히 끝내주는 맛이었다는 기억은 나지않는다만.

홍천 초입 폐교를 캠핑장으로 만들었던 그 패기 가득 동료들은 어디있을까나?

그 중 한 명은 단양에서 얼마전 만났었다.

자전거로 청평대교를 건너던 그 호기로운 사람들은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 엉덩이에 찐한 땀띠를 남겨주었었다.

춘천은 나에게 책으로나 실제로나 가슴떨린곳이었는데

그때 나와 함께 였던 누군가도 기억하려나?

<춘천가는 기차>라는 노래도 좋아했었다.

그렇게 경춘국도 드라이빙은 나에게

많은 것과 많은 사람을 기억나게 했다.

남양주 한옥카페를 들리는 바람에

내비게이션은 나를 고속도로 아닌

추억의 국도로 인도했고

약간 돌아가는 느낌은 있었지만

한시간 반 정도의 운전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아니다. 좋았다.


반찬이 더 맛났던 육개장 먹고

내가 좋아라하는 부드러운 스윙을 가진 김효주프로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도 사고

야외 드라이빙레인지에서 30분 연습도 하고

(공은 정말로 안맞는다. 심각하게 은퇴 고려중이다.)

이제서야 아들의 출장 일과가 마무리 직전이

나는 제주행 대비 운전 능력 최대치를 확보했

주말 두번째 미션도 클리어했다.

안전 귀가라는 제일 큰 미션만 수행하면 되겠다.


오늘 대문 사진의 하늘은 예술 작품이다.

초록도 최고 수준이다.

내 기분도 맑음이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안나온다.

이제 힘이 빠져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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