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최선의 공격?

오늘 하루의 모토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사이비 스포츠 전문가로서(특정 스포츠 한정이고 내가 응원하는 팀 무한 애정이지만)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일은 재밌고 도파민 분출의 시간이다.

월요일 저녁은 나에게 묘한 긴장감과 기쁨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어제는 <불꽃야구> 첫 직관이 유튜브 방송으로 나오는 날이었다.

물론 나는 그 직관을 고척 야구장에서 직접 보기는 했었다만

점수와 큰 이슈만 기억나지 세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벌써 두 달이 가까워오니 내 기억력 둔화 때문만은 아니리라 믿어본다.

그리고 직관도 재밌지만 방송은 더 재미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이다.


그날 처음으로 스카이박스라는 곳에서 야구를 보았다.

매번 간신히 취소표를 구해서 외야 가장 꼭대기층에서 보곤 했었는데(그것도 감지덕지 수준이다.)

그날은 금손 지인 찬스를 쓴 것이다.

5배 이상의 돈을 쓴 것이니 쾌적하고 프라이빗하고 구경에는 더할 나위없었으나

야구장에서만 느끼는 관중들간의 호흡이라는 느낌은 사실 조금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약간 내가 스포츠 캐스터나 해설자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 응원보다는 경기 구경과 날카로운 감각의 해설이 나의 관람 스타일에는 더 맞는다.

작년 잠실 직관에서는 옆자리 아주머니의 경기 내내 지지치 않는 열정의 댄스 타임에

내가 더 지쳐서 돌아오기도 했었다.

다음 주 다시 직관이자 생중계의 날인데 어느 좌석을 선택할 것인가 행복한 고민중이다.

아니다. 어느 좌석이라도 티켓팅에 성공하기만을 기도한다.

아마도 이번 일요일이 고척에서의 마지막 직관일지도 모른다.

이제 <불꽃야구> 전용구장이 생겼다. 대전이다.

새 구장이 대전역에서는 멀지 않다만 그래도

대전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일보다는 고척이 훨씬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척은 비가 오거나 엄청 더워도 오케이다. 실내돔구장이다.

시간과 기회가 있을 때 한번 더 가보자는 마음이다.


이제는 유튜브 공개 시스템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의 변화도 확인하고(어제의 동접자수는 27만명이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도 가끔씩 살펴보고(너무 빠르게라 다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글도 남기기도 하고(물론 화이팅 정도이다만)

소정의 슈퍼챗도 쏘면서(시청료 대신이다.)

나름의 <불꽃야구>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내가 뽑은 어제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프로야구를 방금 은퇴해서 새로 들어온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의 데뷔전 명품 수비였다.

실제로 직관했을 때 수비가 바뀌자마자 그쪽으로 공이 계속 가는 것을 보고서는 가슴 철렁했었다.

의도적으로 보내는 것 같기도 했다. 실수 유발을 위해서...

오랜만에 경기에 나오면 감각이 떨어지고

더군다나 부상이 있었다고 알려져서 더더욱 걱정이 되었었는데

와우 클라스는 영원하다.

레전드는 역시 달랐다.

공부고 스포츠이고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가볍고 부드럽고 무리 없는 수비를 연달아 보여준다.

그러니 위기도 넘어가고 자신감도 올라가게 되어있다.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견고한 수비를 무너뜨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고 수비야말로 팀플레이의 최고봉이다.

한 명만 잘해서만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명품 수비인셈이다.


오늘 나는 수비 우선의 날을 보내야한다.

시범 강의와 같은 형태의 평가에는 공격적인 부분도 있어야하지만(참신한 주제와 방법으로 표현하려 한다.)

견고한 수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강의 전체의 맥락에 관통하는 강의의 안정성과 유창성 및 노련함이 돋보여야 한다.

순전히 내 판단이다.

그것이 강의를 많이 한 사람과 초보 강의자의 차이일 수 있다.

오늘 나의 중요한 시범강의에

명품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며 팀의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는 어제 야구의 가르침을 적용해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부터의 제주 여행도 공격적인 루트가 아니라 수비적인 방향을 목적으로 삼고자 한다.

제주를 오랜만에 가는 동반자들을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여행을 한다고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벤치마킹해보려 한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여행. 내 여행의 모토이다.

짐도 단촐하게 가져간다. 옷도 소박하게 가져간다.

나의 여행은 인스타 과시용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바꾸기 위해 여행을 한다. 알랭드 보통,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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