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제주 Episode 총괄편

더 이상 완벽하고 소중할 수는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빗소리에 잠을 깼다.

다행이다. 제주 3일 동안 비가 안와서...

나나 동생이나 비를 지독하게 싫어한다.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욕 제로의 인간으로 변하는 스타일이니 말이다.

여행에서는 날씨가 그 여행 만족도의 9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여행이었다.

추위는 못 참아도 더위쯤은 참을 수 있다.

조카는 그렇지 않은 듯 했지만.

오늘부터 서울도 제주도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나머지 10%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이다.

넓이가 아니고 청결도와 퀄리티이다.

그것도 완벽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 값을 했다.


3일이라고 해도 사실 나는 2일의 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범강의 일정이 하필 그랬다.

첫날은 저녁에 도착해서 차량 렌탈하고 아슬아슬하게

숙소 찾아가고가 끝이었으니 말이다.

여행 일정은 너무 길어도 힘들고

너무 짧으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둘 중에 한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나는 후자이다.

힘든것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는 아쉬움이 백번 낫다.

긴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될 것이고

(한달 정도의 여행은 연수로 간 것이었고 그 외

긴 여행은 아직 해본 적은 없다만)

그렇다면 그것은 여행의 범주에서는 약간 예외일 것 같은 느낌이다.

현재의 나는 꽉찬 2박 3일의 여행이 내 컨디션이나 예산 범위를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상은 내 체력도 경제력도 버겁다.

그리고 기억의 범위도 너무 넓고 크다.

감당하기 어려워 진다. 용량 초과이다.


3월의 혼자 여행과 6월의 동생과 조카와의 여행은

대조적이면서도 결은 비슷했고(사람 안바뀐다.)

맛난 음식을 많이 먹었고 늘상 옛날 이야기에 기반한 수다와 함께였다.

동생은 막내이고 나는 장녀였고 나이 차이가

무려 일곱 살이나 난다.(여섯살인가?)

같은 내용이라도 관점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기억의 파편도 차이가 난다.

그것들을 이제 조심스럽게 맞추어보면서

부모님들을 지금에서야 이해하기도 하고

아직도 이해못하겠다고 토로하기도 하고

부모님과는 다른 결의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도 하나

인생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쉽게 바뀌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친정에서의 여행을 계획하고 주도한 것은 장녀인 나였는데

(장녀라서는 아니고 성향이 그랬던 듯)

그 여행이 끝나고 나서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론 칭찬을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수고했다는 말 한번 부모님께 들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칭찬에 인색하신 스타일이셨다.

대신 끊임없는 잔소리 대마왕님이셨는데

이제는 그 잔소리마저도 그립기만 하다고

나와 동생은 수다를 마무리한다.

부모님까지 모시고 갔던 가족 여행의 시작은 어디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파주, 장흥, 용인, 제천, 온양 등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의 1박 2일 이었다.

비록 잔소리만 듣는 여행이었지만

더 많이 함께 하지 못했던 것만이 아쉬울 뿐이다.


6월의 찬란했던 제주 여행일정의 마지막은

검은 모래 해변을 가진 삼양해수욕장이었다.

왜 그곳밀 검은 모래인지는 안찾아봤다만

수영은 못하더라도 발이라도 제주 바닷물에

한번은 담그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검은 모래의 비열은 생각보다도 강렬해서(비열이 작다.) 발바닥 화상을 입을 뻔 했고

바닷물은 적당히 기분 좋을만큼 차가왔고

모래놀이와 튜브 수영을 하는 아가들의 표정은 신나보였고

그 아가들을 보고 있는 젊은 부모님들의 표정은 힘들어서 반쯤은 넋이 나가보였다.

나도 그랬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럽고 아득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손주들과 함께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은 자랑스럽기만 하다.

내가 희망하는 모습인데 말이다.

손주라는 선물을 받기에 나는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6월의 제주는 수국의 천지였고(색깔이 그리 다양한지 사진을 찍다 찍다 못찍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쨍하고 맑았고(선글라스 없이는 도저히 다닐 수 없었다.)

이틀간 여정을 함께 한 자동차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두 알지 못했지만(신기한 기능들이 엄청 많았다.)

무엇보다도 동생과 조카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언제일지모르지만 내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인 남편과의 여행을 준비해볼까 한다.

아직은 남편의 체력이나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상황을 살펴보자.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9시부터 줌 회의가 있는데 밥도 먹어야하고 씻기도 해야한다. 서두르자.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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