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 공정 지키기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은 두달 전부터 약속한 마지막 학교 학생들의

농구 시합을 보러가야 하는 날이다.

약속 하는 건 지켜야한다는 삶을 살았는데

어제 갑자기 지옥행 열차를 타는 바람에 기력이 하나도 없다.

최근 비슷하게 어려웠던 증상중에 제일 심하다.

배도 아프고(왜 아픈지는 모르겠다.)

온 몸은 근육통에 시달리고(화장실에서 누가 나를 때렸나?)

약속만 없었다면 절대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컨디션이다.

그런데 지난번 야구부 녀석들과의 약속으로 응원을 갔었고

우여곡절 끝에 승리요정이 되었고

햄버거도 사주었는데

농부 동아리 아그들의 꼭 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응원이 목적인지 햄버거가 목적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승리요정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쁜 일 빼고는 거절이라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나에게 부탁할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일어나기 싫은 날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그런 날이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약을 먹고 화장실을 한번 더 다녀오고(아직도 무섭기만 하다.)

농구 응원을 위한 준비물을 챙긴다.

야구 응원에도 가져갔던 학교 이름이 적힌 응원 도구를 챙기고

생각난 김에 내일 야구 직관에 가져갈 물품들도 챙겨본다.

오늘 내일 주말은 스포츠 데이인 셈이다만

기력이 회복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아마 오늘 날라다니는 농구 동아리 아그들을 보면 기력이 생길런지도 모륻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과 함께 하면 없던 기운도 생기는 스타일이니 말이다.

야구부 응원은 갔는데 농구부 응원은 안갔다는

그런 공평하지 않은 말에 휩싸이는 일 자체를 몹시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MZ 세대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공평과 공정이다.

20대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공평과 공정이 너무도 이상적인 단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삶이나 기회에 공평과 공정이 기반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게는 가정에서도 큰 범위로는 내가 속한 사회에서도 공평과 공정이 깨어지는 일들은 빈번하다.

장녀니까 참아야 했던, 알아서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도 어린데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동생들을 봐야 했고 집안일을 해야만 했다.

나도 막내로 태어날 걸 하는 생각을 수십 번 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딱 한 명만 낳겠다는 생각을

한참 전부터 했었다.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경험을 주고 싶지 않았다.)

여중, 여고, 여대에서는 미모로 인한 공평과 공정이 깨어지는 일도 많았으며

(지금도 그렇고 이쁘면 용서되는 일 들이 많다. 노인회관에서도 미모가 최고라는 말이 돌고 있다.

나는 평생 무수리과이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가 되어서는 절대 공평과 공정을 무너트리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을 했었다만

사실 공부 잘하고 성실하고 매사에 열심인 학생들이

더 이뻐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이익을 받는 일이 공공연하게 생겨서는 절대 안된다만.

지금 이 순간에 나의 공평하지 못한 대우 때문에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나 말은 절대 아니었다.

나도 너희 못지않게 공평과 공정을 삶의 기본으로 정하고 살고 있단다.

그런데 사실 야구부는 엘리트 체육을 하는 아이들이고

오늘의 농구부는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의 아이들이다.

연습량으로 보나 경기경험으로 보나 동일 선상에서 비교는 안된다.

그러나 이기고자 하고 농구에 진심인 마음은 똑같다.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열심인 사람들은 보고 응원하는 나의 마음도 똑같다.

그러므로 농구부 아그들아.

오늘 하는 두 게임 연전에서 모두 이기지 못해도 절대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가 다치면 오히려 마음이 아프단다.

너희 나이에

PC 방에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그런 경우보다는

하루 종일 방안에서 먹고 유투브만 보는 그런 경우보다는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너희들이 백배 천배 더 청소년다운 것이다. 멋지다. 칭찬한다.

조금 이따 만나자. 기운은 없어도 열심히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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