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웃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만.
잘 웃는 편은 아니다.
활짝 웃는 편도 아니다.
요새 야구 응원하다가 찍힌 사진에서는 세상 해맑게 웃고 있어서
심지어 튀어나온 치아가 모두 드러날 정도라서
내가 다 당황스럽기도 하다만.
그런데 웃지 않는 무표정한 모습은 너무도 차갑고 무섭게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략 묵시적으로 그 얼굴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하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웃지 않으면서 말도 안하고 있으면 말 그대로
무섭거나 뚱하거나 둘 중 하나가 틀림없는데
이쁘게 웃는 방법과 많이 웃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으므로 방법이 딱히 없었다.
아마 그래서 말이 없는 순간들을 못견뎌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이 장착된 것일지도 모른다.
무섭게 세게 보이는 것이 싫다.
얼굴 윤곽과 구조가 만만치는 않게 너무도 세게 보이게 생긴 것은 사실이다.
어제 야구는 20여명이 함께 한 공간에서 구경이 가능한 스카이박스를 활용했다.
두 번째 방문이다. 내가 그런 곳을 예약할 재주는 1도 없다.
이 자리는 전화 예약인데 전화를 100통정도 쉴새없이 하다가 재수가 좋아야 통화가 되고
그 자리를 선점할 수 있으며 같이 볼 사람을 20명 정도 모아야 하는 곳이다.
아는 사람으로 20명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데
지인 그룹에 그런 능력자가 있어 나는 소정의 돈만 내고 이 멋진 곳에서 야구를 볼 수 있었다.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면인 분들의 모임인데
세상에나 제주에서 첫 비행기로 올라온 약사님도 있고
부산에서 첫 기차로 올라온 가족들도 있고
세상 멋쟁이이고 힙한 거의 응원단 수준의 두 명도 있고
야구 전문가란 전문가가 모두 모여있는 재미있는 그룹이다.
야구 크루라고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모두 같은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부분이 처음보는 사람들과 허물없이 고척야구장의 명물인 크림새우를 나누어먹게 하고
(같이간 후배가 오랫동안 줄을 서서 사가지고 왔다. 언제 또 먹어보겠나. 많이 달달하더라.)
5회쯤 지나다 당이 떨어질때쯤 되면 각각의 간식을 나누어먹게 하고
어제는 경기후에는 좋아라하면서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끝냈다.(나는 인물사진 찍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 곳에서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먼저 꺼냈고 많이 웃었다.
중간 중간 걱정스럽고 실망하는 표정도 지었다만(어제 경기 내용이 그랬다.)
다들 무섭다고는 생각 안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어제 저녁.
저녁 먹으면서 아들 녀석에게 우리 둘이 모두 마음에 들어했던 그 아가씨를 다시 본 느낌을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약 한달만에 봐서 그런지 못 알아봤단다.
왜 못 알아봤냐하면 그날과 느낌이 달라서란다.
그날은 엄마와 함께 잘 웃고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 했는데
그리고 그 모습이 우리 둘의 마음에 들었던 것인데
평소에 지나가는 얼굴은 영 무표정하더란다.
그래서 아닌가 싶었는데 웃으면 그 표정이 다시 나오더란다.
계속 호감이 남아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인연이 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내가 자꾸 물어보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매일 매 순간 웃는 얼굴이 되기는 쉽지 않다만(잘 웃는 웃상 얼굴이 있기는 한다.)
무표정한 얼굴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조금은 필요하다.
달관한 표정과 무표정한 표정은 다르다.
무표정은 무관심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매 순간 진심이며 관심과 애정을 보이며 자주 웃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만
야구가 쉽지 않은 것처럼 일생도 쉽지 않다.
그래서 부단히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무섭게 보이지 않게 위압감을 느끼지 않게 노력하고
가급적 맛난 것을 함께 나누려 하고
푼수를 섞은 말을 자주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만
나의 무표정은 나이들어서
안면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며
주름살이 많은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은
자기방어적 기제의 발동이라는 점도 헤아려 주면 더욱 좋겠다.
나는 이래도 며느리감은 웃상이길 바래보는 이기심이라니....
오늘 항암 주사 투여를 위해서 집을 나선 남편이 돌아오면 웃어줄 수 있는 연습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