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당 입문기
오늘 점심은 내 생애 첫 시도인 비건 음식이다.
비건 음식만 먹는 후배와의 약속이다.
나는 고기를 참으로 좋아라 하는데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니
비건 음식에 대한 맛보기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
인스타 등에서 익히 들었던 사당역 근처의 비건 식당인데
오늘은 허당 어제와는 다르게 길찾기를 잘했다.
물론 오늘은 지하철행이고 지하철역에서부터 식당까지 걸어가는 길을 잘 찾았다는 뜻이다.
12시 오픈인데 후배 두명 모두 7분전에 도착한 나보다 먼저와서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나? 40대도 젊은이다.
사실 두 후배들은 나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다.
6개월 짧은 서울대 파견 기간 동안 같은 전공 연구실에 있었다만
그리 밀접하게 교류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6개월 서울대 연수 파견 기간에 오다가다 봤던 그런 사이이다.
본격적인 교류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과
과학관 관련 교사 연수나 학생 체험활동등을 진행했을 때 가끔 연락을 하는 정도였다.
친한 지인 그룹에 들어가 있던 후배들은 절대 아닌데
나의 정년퇴직을 알고 컨설팅을 부탁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나의 재취업을 신경써주어서 엄청 고마운 마음에
재취업이 공식적인 문서로 확인된 오늘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 기저에 호감과 신뢰가 있었던 모양이다.
잘 봐주어서 너무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내 생애 첫 비건 식당 방문이 이루어졌다.
자주 왔던 후배에게 오더를 부탁한다.
특별한 식전빵과 함께 깻잎페스토리조또, 스파게티
두 종류(하나는 레몬맛이 하나는 약간 매운맛이, 이름은 못외움), 피자 하나였는데
지금 와서 메뉴를 찾아보니 SNS에는 메뉴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는 듯 하다.
주인이 계속 메뉴를 업그레이드 해서 매번 달라진다는 단골 후배의 이야기이다.
비건의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이탈리아나 멕시코 음식 형태가
가장 용이하다고 하는 설명도 덧붙여준다.
맛을 보니 분명 생전 처음 맛보는 맛이다만 거부감은 일절 없다.
그리고 줄을 서서 먹는 매니아층 확보에도 성공한 식당이 틀림없다.
옆에 비건 카페도 있다해서 디저트는 그곳을 갔다.
귀리라떼도 처음 맛본 뒷맛이 있다.
맛은 무엇이라 꼭 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안먹어본 맛이기에.
그런데 야채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노력을 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위에 올린 루꼴라나 바질, 깻잎 등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피자 위에는 구운 야채가 올라가 있고 도우는 얇고 담백하다.
이것 저것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오랜만이라 즐거웠고
애기애기했던 두 사람이 어엿한 중년 연구자가 되어버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늙었겠나?
새로운 학교에서의 강의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도 받고
귀리가 들어간 라떼까지 마시고 신기하고 즐거웠던 점심 식사를 마쳤다.
아직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로 공통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
무지 무지 기쁘기만 하다.
오랜만에 7월 과학교육학회에 참여해볼까 한다. 서울대학교 구경도 할 겸 말이다.
후배 연구자들을 보고 그들과 함께 도모하는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일은
다시 대학 강의 전선에 나서야 하는 나를 위한 좋은 영양분이 된다.
꼭 먹거리에서만 자양분을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독서나 기타 문화활동 및 정보교류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에너지를 얻곤한다.
그나저나 그 식당의 네이버 메뉴 업데이트는
꼭 필요하다.
무엇을 먹은 것인지 무지 알고 싶다만 바쁜 후배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거시기 하다.
비건의 정도는 다양한데 오늘의 식당은 고기, 우유, 계란, 버터가 안 들어간 음식이었다.
매일은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한끼쯤은 비건 음식 가능하다.
그러면서 저녁은 제육볶음과 강된장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모순덩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