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고 코도 막혔던 아르바이트 소감문3

아르바이트는 계속 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오늘은 소독 아르바이트가 훨씬 수월했다.

일단 주소로 오늘의 아파트 찾아가는 미션을 한방에 깨끗하게 완료했다.

여유가 생기니 오늘의 집합 장소인 관리사무소도 잘 보이고 근거리에 주차할 공간도 눈에 잘 뜨인다.

오늘은 친구도 함께 하는 날이니 마음이 한결 가볍기만 하다.

이래서 초짜보다 경력직이 우대받는 것이 당연하다. 잔소리가 필요없다.


친구가 있으니 좋다.

잘 몰랐던 분무기 사용법도 물어보고 사소한 팁도 전수받는다.

오늘은 8명이나 소독 전사가 동원되는 그 아파트 단지의 정기소독일이다.

추가소독은 신청 세대만 방문하면 되니 전체적인 대상 가구수가 작다만

정기소독은 모두 세대가 대상이다. 민원 발생 확률이 더 높다.

1명 당 2개 동을 배정받아 집집이 벨을 누르고 소독 참가 여부를 확인하고 소독을 진행해야 한다.

벨을 누르고 너무 빨리 옆집으로 이동해도 민원의 사유가 되고

동시에 벨을 두개 눌러도 뭐라한단다.

다양한 민원 유발 사례를 숙지하는 것 또한 경력직이니 가능하다.

수학 전공자인 친구가 우리의 작업 시간동안

이 세대수를 모두 처리하려면

1가구당 1분 30초를 사용해야 한다는 산술적인 계산을 해주었지만

일단 소독을 하러 들어가면 1분 30초 안에 끝낼수는 도저히 없다.

산술적인 계산과 현실은 그렇게 다른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화장실이 1개인 작은 평수 아파트가 배당되어

그나마 덜 힘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래도 지난번 보다 2배는 더 많은 소독을 진행했다.

정기소독일이라 모두 휴가를 낸 것인지(그럴리는 절대 없다만)

아니면 여름이라 벌레가 많이 생겼다는 위기감 때문인지(이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한 층의 반 이상 세대가 소독에 참여했다.

소독 전사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늘이 역대급 소독을 많이 한 날이라고 한다.

땀은 조금 흘렀지만 그래도 좋다.

9시 반부터 11시 50분까지 정신없이 소독을 하고(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한 시간 점심과 수다를 떤 후(휴게시간은 꼭 지켜져야 한다.)

13시부터 15시까지 또 나머지 배당받은 가구들을 방문하다보면 오후 시간도 순삭이다.


오늘의 제일 좋았던 점은 8명 소독 전사들이(친구와 지난번에 본 친구 동생을 빼고는 모두 오늘이 초면이었다.) 한 가지씩 싸온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과 수다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인지

그 즐거움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급식은 모두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인데

오늘은 점심도 디저트도 모두 다 다른 것을 가져와서 먹는 기쁨이 있었다.

오늘 점심의 최고는 모두의 의견이 완전 합의에 다다랐는데

청양고추 잘게 잘라 함께 무친 꼬드득한 오이지였다.

만약에 상품으로 판다면 구입할 의사 100%이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자두와 뻥튀기가 멋진 디저트가 되었다. 다행이다. 뭔가 보탬이 되었으니.


지난번은 아침에 아파트를 제대로 못찾았더니

오후 집에 올 때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잘못 찾아서 한참을 고생했었는데

오늘은 아침에 산뜻하게 아파트를 찾으니

오후에도 한방에 강변북로를 찾아들어 집까지 가뿐하게 왔다.

되는 날은 되는 것이다.

안되는 날은 뭘해도 안된다. 울고 싶을 뿐.


이제 6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간다.

6월은 그래도 나에게 재취업이라는 큰 기쁨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나의 작은 기쁨도 하나 남아있다.

바로 <불꽃야구> 본방 사수이다.

이제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서 목욕이나 해야겠다.

분무하면서 내 몸에 뿌려졌을지도 모를 화학약품을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아마도 욕실 밖에서 설이가 들어오고 싶어 난리가 날 것이다.

욕조에 물 받는 소리만 나도 이리뛰고 저리뛴다.

이 아르바이트는 앞으로도 몇번 더 진행될 예정이다.

나는 가구별 특징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중이다.

빅데이터가 모아지고 분석이 끝나면

브런치에 발표할 기회가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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