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예찬

힘들지 않은 신입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를 때때로 찾아보았다.

최애 <불꽃야구>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독립야구 출신 박찬형 선수의 경기를 보고 싶어서였다.

어렵고 끈질기게 마이너에서 버티고 살아남아서 <불꽃야구>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더니

육성 선수로 프로에 입단한지 한달만에 자신의 야구 존재감을 확실이 드러내주고 있다.

어제는 그 선수가 첫 번째 선발 출전하는 경기였다.

물론 그 선수는 대타도 첫 번째, 수비도 첫 번째, 선발도 첫 번째 모든 것이 다 첫 번째인

꿈에 그리던 신기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타격부분에서는 신통방통하게 타이밍도 잘 맞추고

안타도 홈런도 번트도 다 잘하는 능력치를 보여주어 팬들의 마음을 홀딱 사로잡았다.

수비는 엄청 긴장하는 모습이 보이면서(불꽃야구에서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가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다리에 쥐가 나서 결국 경기 후반 교체가 되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이를 악물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그리고 쑥스럽게 웃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야무져 보이기도 한다.

전형적인 신입의 모습이다.

어느 분야이건 신입의 모습들은 비슷하다.

누가봐도 신입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힘들지 않은 진땀 흘리지 않는 신입은 없다.


아들 녀석이 신입 사원이 되었을 때 나는 딱 한 마디 조언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잔소리는 더했겠지만 첫 출근때 조언은 한 마디였다.

<니가 무언가를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계속 질문해라.>

모든 일에는 매뉴얼이 있고 순서가 있고 그 일을 처리하는데까지 알아야하고 챙겨야 할 많은 것들이 있는데

신입이 그것을 한번에 다 알아서 척척하는 일이란 명랑 만화에서도 나오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든 완벽하게 처리해보겠다는 그 마음은 멋지고 장하다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수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것도 일을 한참 진행시키고 물어보면 안된다.

그 방향이, 그 방법이 아닌데 결국은 쓸데없는 일이 되는 것에 힘과 열정과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다.

처음 하는 일은 중간 중간 이상한 생각이 들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일때마다

사수에게 물어보는 것이 최고이다.

그래서 어쩌면 신입에게 최고의 행운은 좋은 사수를 만나는 것이다.

좋은 사수란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꿰차고 잘하는 사람이고

거기에다가 친절하게 설명까지 잘 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신입은 인생 대운을 만난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 경력직이자 동시에 신입이 된다.

어느 분야이냐에 따라서 경력직이기도 하고 신입이기도 하다.

나는 강의 분야에는 경력직이 맞다만

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대학에는 신입이기도 하다.

그 학교의 공간부터 분위기이며 학습 환경까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신입이 맞다.

홈페이지를 찾아보고는 있다만 그것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또 8월까지 해주기로 한 소독 아르바이트에 있어서는 신입 중의 신입이다.

오늘은 친구가 함께 하는 아르바이트이니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볼 수 있겠다.

첫날 보다도 오늘이 더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나도 모를 때는 걱정거리가 구체적이지 않은 법이다.

나의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걱정해주는 제자가 있다.

잘 쉬다가 강의나 나가시지 왜 험한 일을 하냐고 한다.

그렇지 않다. 지금의 나는 몸을 쓰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기이다.

험한 일도 아니다.

누군가해야하는 의미있는 일이다.

운동도 되고 좋다.

계단 오르내리기로 하체도 단련되고

분무기를 들고 다니니 팔 운동도 되고

몇동 몇호인지 신경쓰니 뇌운동도 된다.

이 땅의 모든 신입들이여. 새로운 일주일 힘을 내보자.

이 세상에 신입을 거치지 않고 경력직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 글은 조금 이른 시간에 올린다.

아르바이트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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