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 투어 마흔 여섯번째

모교는 아련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인생 마지막일것 같은 서류 제출을 위해 모교를 방문한다.

원본제출이니 빨간 직인 찍힌것을 내고 싶은 마음이다.

학부가 너무 오래전 졸업이라 인터넷 발급이 불가이다.

핑계김에 모교에 들어선다.

4월초인가 한번 왔었는데 건물로 들어가는것은 진짜 오랫만이다.

방학인데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계절학기가 시작되었음에 틀림없다.

아참 졸업 가운 입고 졸업사진도 찍더라.


먼저 강의출강 확인서를 발급받는다.

생각보다 대학 강의를 오래 많이 했다.

십년은 한것 같다.

그때도 엄청 바쁘게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만

후배 교사들에게 현장감있는 강의를 제공했다는 자부심은 남아있다.

그때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니 퇴직 후 지금 이런 기회도 오는것일게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박사과정 공부를 같이했고

강의 및 다양한 일을 맡아하는 후배를 만나서

대학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듣고

공감하는 수다의 시간을 보내고

점심도 얻어먹었다.

2학기 강의 대비 좋은 팁을 얻은것이다.

초 중등학교만 힘든게 아니고

대학도 예전에 비해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다들 남의 일은 쉬워보이는 법이다.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발급을 위해

삼십 여분의 시간이 남아서

학교 가장 메인 건물을 답사한다.

SNS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건물이다.

기념품샵에는 다양한 궂즈들이 있었고

외국인과 나처럼 오래된 졸업생들이 물품을 고르고 있다.

카드 지갑을 살까하다가 나의 미니멀리즘을 생각하고 간신히 참았다.

중간 중간 휴게공간에는

열공하는 사람도 널브러진 사람도 공존하는데

이것이 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자유로움의 모습인듯 했다.

날이 더워서 잔디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못봤다만.

고등학생때 대학가면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잔디에 누워 하늘보고 멍때리기 였다.

영화를 너무 봤나보다.

지금은 러브버그를 비롯한 벌레때문에 불가능하다.


증명서를 떼고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목에

지금은 돌아가신 교수님께서 종강파티에 사주셨던 조각 케잌집을 들여다보고(아직도 굳건히 있는게 대단하다.)

입덧때 열심히 생각나던 물냉면집도 살펴보고(오늘도 갈까했으나 후배를 만나는 바람에 교수식당에서 먹었다. 맛은 요기가 훨씬 낫다.)

지긋한 나이의 세련된 패셔니스타 주인이 있는 오래된 옷가게도 구경하고

(결국 올해 첫번째 의류 구입이 이루어졌다. 절대 충동구매는 아니고 2학기 출강 대비라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금은 사라진 빵집과 떡볶이집을 추억하며

(진짜 맛나고 배불렀던 추억이 몽땅 사라졌다.)

이제 귀가 지하철이다.


모교는 영원히 가슴속에 남고(학부부터 석박사까지 십년 이상 다녔으니 당연하다.)

때로는 뿌듯하고 조금은 애잔하며

그대로 있는것도 변화가 생긴곳도

가끔은 그립기만 한 공간이다.

그 공간이 그리운것인지

거기에서 빛났던 그 시절들이 그리운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는 일은 더 이상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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