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와 실리

오늘의 손해가 먼 훗날의 이득이 되기도 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살면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일에 직면하는 기회가 아주 가끔은 있다.

평냉을 먹는 것을 다시 시도해볼 것인가(올해는 계속 실패만 했다.)

어느 방향으로 산책을 갈 것인가(손바닥에 침을 뱉고 튀겨서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만)

침대에서 잘 것인가 시원한 바닥에서 잘 것인가(나에게 열대야의 기준은 바닥에서 자고 싶은가 아닌가로 결정된다.) 등등의 사소한 선택은 매일 매일 순간이다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는 주로 의리냐, 실리냐의 관점에서 선택하게 된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의리는 대부분 그간의 네트워크나 그 일에 대한 역사를 중시하는 것이고

실리는 아마도 경제적인 면일 것이다.

그래서 그 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게 뭐가 어려운 선택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실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아마도 마음의 심난함과 불편함 없이 자신만의 삶을 굳건하게 잘 살아갈 스타일이다.

모든 것의 결정에 돈이 우선되며 자신의 경제적인 이득이 기반이 되고

칼같이 모든 선택에 있어서 손해와 이득을 계산하며

오늘도 이런 이런 이득을 취했다는 것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스타일이다.

절대 내 스타일과 맞지 않지만 사실 존경스러울때도 가끔은 있다.

저런 스타일이면 아마도 손해보는 삶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는 왜 그런지 의리에 조금은 더 중점을 두는 삶을 살았다.

나라고 실리와 돈이 좋지 않을리는 없다만(늙으면서 점점 더 돈의 소중함이 절실하다. 그리 살아서 부자가 못된것일수 있다.)

한번 끈끈한 네트워크를 맺은 사람들과의 의리는 최선을 다해서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대신 아무나 하고나 끈끈해지지는 않는다.

여러번 나름의 관찰과 자체 검토를 거친 후 네트워킹 그룹에 추가한다.

가끔 내 눈알을 찌르고 싶을때도 있었다만...

의리와 실리가 충돌하는 괴로운 시점이 가급적 오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요 근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자그마한 야구판에는

의리와 실리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프로야구가 한참 격동의 시즌 중인데(올해는 절대 강자도 확고한 중간층도 보이지 않는 난타전 중이다.)

코치진들의 이동이 몇몇 일어나고 있고

그 사유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시즌 중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의견과

코치 연봉이 너무 낮아서 이직한 것인데 왜 욕을 먹냐는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결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어떻게 모두 다 알겠냐만

아마 나였더라면 의리를 선택했을 것이다.

내 삶의 궤적에서 보면 그렇다.

평생 봐왔던 친한 동료, 선후배와의 얼굴 불편해지는 것도 싫고

그런 구설수에 올라가는 것은 더더욱 싫고

돈이라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 뒤로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설렁설렁하는데 돈은 많이 주는 일이란 없고 그런 눈먼 돈은 없다.

그리고 눈앞의 경제적인 이득이 한 참 뒤에는 손해로 돌아오거나

지금 당장의 경제적인 손해가 한 참 뒤에 이득이 되어서 돌아오는 예를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생은 긴 호흡이다.


어제는 일주일 후 소독 아르바이트 선약이 있어서

나중에 연락 온 같은 시간의 심사 아르바이트를 거절했다.

소독 아르바이트는 9시부터 3시까지(중간에 점심 시간 1시간)인데 수당은 65,000원 정도이고

심사 아르바이트는 실제 소요 시간 최대 두 시간 정도에 수당은 100,000원이다.

물론 업무 강도도 엄청 다르다.

의리냐 실리냐 순간 고민하기는 했지만

소독 아르바이트 담당자에게 그럴 듯 한 핑계를 대고(아프다 등등)

심사 아르바이트를 가는 것이 실리를 선택하는 것은 맞는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35,000원 차이라서 그랬을까? 350,000원 차이가 나면 선택이 달라졌을 수 있을까?

약속과 의리의 중요성을 친정 아버지가 유독 강조하셨었다.

가끔 그렇게 사는 것이 손해를 보거나 바보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 딱히 평생 살아온 삶의 기조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모든 사람이 나 같지는 않다는 것은 받아들인다. 생긴대로 사는 법이다.

그래도 시즌 중 프로야구를 떠난 그 사람들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는 않겠다.

학기중 이직을 하는 교사도 많이 아픈 경우 빼고는

욕을 먹기 마련이다.

내 마음 속에서 이제 영원히 아웃이다.


(어제 저녁은 아들 녀석의 권유로 올해 계속 실패한 평양냉면에 다시 도전했다. 어제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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