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저작권이 있는 것일까?
어제는 오랜만에 우아한 문화생활을 하고
(멋진 사진 전시회를 두 개나 보았다.
한번에 두 개의 전시를 본 것이 잘 한 것인지 아니면 하나씩 곱씹어서 따로 보았어야 하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 전시 공간이 포함된 새로 만들어진 쇼핑몰 푸드 코트에서 점심 혼밥을 했다.
직장인 점심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은 식당마다 여유 좌석이 있었다.
그런 상태여야 혼밥을 해도 미안하지 않다.
눈에 띄는 식당이 두 곳 있었다.
둘다 퓨전 한식집이다.
역시 나는 한식 매니아이다.
한 곳은 요리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곳이었는데
메인요리는 낙지와 쭈꾸미였지만
감태김밥과 들기름 메밀국수, 비빔쫄면과 납작만두가 내 점심 후보군이었는데
사진 상으로 양이 조금 많아보여서 주저함이 조금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나누어먹을 생각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바로 옆 식당은 감태타르타르, 메콤 들기름 메밀면 메뉴가 옆집과 유사한데
(감태가 요리의 주요 재료가 될 것이라고는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새우감자전, 강된장 케일 쌈밥, 묵은지 회말이 메뉴가 눈에 띄었다.
어라... 성수동 줄서서 먹는 유명한 식당(두 번 가봤다.) 메뉴와 매우 유사해서
그곳이 분점을 낸 것인가 상호를 보고 또 보았는데 다른 곳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아니다. 잠시의 멍함이 지나갔다.
음식에도 저직권이 있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요리 레시피에는 저작권이 있을까가 궁금했다.
비슷 비슷한 재료를 쓰고 황금 배합률을 모두 활용할 것이고
끓이거나 삶거나 볶거나 비비거나 하는 과정은 누가봐도 비슷한데 고유의 창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음식 노하우를 정리해서 저작권 등록을 하면 받아줄 것인가?
만약에 그렇다면 그 음식을 해 먹을 때마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
아마 무슨 무슨 떡볶이집에서 레시피를 법적으로 등록했다는 기사를 예전에 봤던 기억도 있다만
그것과 설탕양만 조금 다르게 하면 위반이 아닌 것인가?
아니면 설탕 대신 엿당을 넣으면 되는걸까?
음식이라는 총괄 단어가 주는 메뉴의 다양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물론 A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그곳 주방장의 특급 레시피를 몰래 알아내서
혹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서
옆 집으로 가서 B 음식점을 오픈한다면
그것은 상도덕에는 물론 어긋나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겠지만
법적으로도 제재가 가능할 것인가?
반대로 지금 잘되는 식당을 내보내고
건물주가 똑같은 이름과 메뉴의 식당을 하는것은 어떠할까?
법이라는게 자신의 의견이 정당하다고 스스로 입증을 해야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변호사가 도와주는 일에 한계가 있다. 아주 고가의 수임료를 내지않는 이상 자기 일처럼 전심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또 맡은 사건이 한 두개가 아니다.)
더욱 복잡해지는 미래 사회에서의 저작권은 어떻게 정의 내리고 보호받아야 할 것인가?
음식을 먹는 내내 저작권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성수동 식당을 먼저 방문했으니 그곳에서 먹어본 강된장 케일 쌈밥과 묵은지회말이가 기준이 되지만
어느 식당이 먼저 했는지 등은 전혀 알 수 없고
전국 단위로 그 많은 식당 메뉴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포괄적인 내용에 대한 저작권은 주장하기도 보호받기도 쉽지않다.
야구도 그렇다.(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내가 야구빠임을 이미 알고 계실것이다.)
야구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다면
야구하는 과정을 방송하는 것 자체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되어야하는데
이것은 같은 재료로 음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경우가 된다.
야구라는 재료로 음식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저작권이란 분명히 보호되어야 마땅한 내용이지만
그것으로 창작의 자유와 관람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야구하는 프로그램이 여러개면 시청자가 알아서 판단해서 볼 것이다.
그게 법적인 저작권보다도 더 중요하고 중대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시청자가 없는 방송 프로그램이란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내 생각이다. 법적인 문제는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같은 메뉴를 제공하는 성수의 그 식당을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 발견한 이곳의 식당을 갈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물론 생산자들은 다른 관점의 생각을 할 수 있겠다만.
아무튼 나는 어제 브런치로 묵은지회말이를 시켜 먹었는데
맛있었고 무엇보다도 6피스가 나와서 나의 식사량에 딱 맞았고
함께 준 백김치와 고추절임이 맛갈 났는데 김치 홀릭인 나에게는 양이 조금 적었고
(더 달라면 줄 것 같았는데 참았다.)
새것인 식기와 식당 분위기와 직원 마인드가 좋았다.
성수의 식당은 너무 유명해져서 기본 대기 시간이 항상 있었는데
이곳의 음식 퀄리티가 그곳과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면
접근성이나 대기 시간에서 용이한 이 식당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먹을때는 딱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배가 금방 고파오는 것을 보면
묵은지회말이는 사이드 메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 같은 사람에게나 적당하다.
다른 사람이 먹었다면 양이 너무 작다고 비난의 댓글이 달렸을 수도 있었겠다.
이렇게 소비자의 입장은 개개인이 다 다른 것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도 생산자로서의
빅 마인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