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빠르기와 방향이 있다.
별일이 없다면 일요일 오전은 어린이대공원 산책을 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 재빨리 한바퀴를 걷고 온다.
혼자 일때도 있고 남편이나 아들과 함께 일때도 있다.
혼자일 경우는 천천이 걸으면서 꽃구경이 주 목적이 되고
남편이나 아들일 경우는 담소 나누기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마음 맞는 동네 친구가 있으면 산책을 하면서 수다도
떨 수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나이가 되니 먼 곳에 있는 친척보다는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구가 훨씬 낫다는
그 말의 뜻을 십분 이해한다.
어린이대공원은 요일별, 시간별로 사용 주 대상자가 다르고 각각 다른 표정의 공간이 된다.
주중 오전에는 어르신 혹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운동을 위한 공간이다.
대부분 천천이 걷고 운동 기구도 쓰고 맨발로도 걷고 종종 의자에도 앉는다.
그러다가 주말 오전에는 러닝 크루들이 대거 등장하여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멋진 옷을 입고(누가 봐도 나 달리기 좀 합니다 하는 의상이다.) 가열 차게 러닝을 한다.
누구는 아주 빠르고 누구는 조금 빠른 차이일 뿐 개인별 몰입도는 거의 선수급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러닝 스타일은
조금씩 다 다르다.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빼는 각도도
손을 흔들어대는 시간과 각도도
발의 보폭과 무릎 숙이는 정도도 모두 다르다.
아마도 모든 스포츠가 다 그럴 것이다.
운동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몸의 움직임이 분명 있지만
자신의 몸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반영되는 법이다.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있고 그래서 머릿속으로 이론만 연구하는 학자의 세계에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편하고 지속가능하게 덜 힘든 방향으로 적응을 하기 마련이다.
운동도 공부도 생활 방법도 모두가 그러하다.
러닝족들은 다 알겠지만 어린이 대공원 아스팔트 길 1/3에는 우레탄을 깔아두었다.
러닝하면서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줄여주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모골프장 아스팔트길에서 핸드폰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나서
골프화를 신고 전력질주 한번 했다가 무릎에 충격이 가해져서
금방 붓고 물이 차서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자신의 실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연습에 전념한다고 해도
절대 아스팔트 위로 뛰는 것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그리고 여러명의 러닝 크루가 가로로 줄을 맞추어 뛰는 것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뛰는 것도
기합 소리를 엄청 크게 맞추어서 뛰는 것도
다른 통행인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운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이 되는 것은 에티켓 불량이다.
어린이 대공원의 주중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과 놀이동산 체험이 이루어지고
(가끔 사생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열심이 몰두하더라.)
주말 오후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이름값을 한다.
즐거워하는 아이들 표정이 너무 이쁘다만
부모님들 표정은 힘들어보이기도 한다.
요즈음은 수영장도 오픈했고
아마 글램핑도 가능한 듯 하니
어린이들은 더더욱 좋아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막 시작하는 연인들도 보인다.
오래된 연인들은 어린이대공원 같은 곳에서 풋풋하게 동물을 보거나 꽃을 보는 데이트를 하지는 않는 듯하다만(내 생각이 고루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남편과 세 번째 데이트를 한 곳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보기 좋은 어린이 연인들인 셈이다.
주변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 이리 다양하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니
그래서 팍세권(파크 역세권)이라는 용어가 생길만 하다.
나의 다음 번 집을 고를때도 주변에 공원이 있는지를 아마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이사가 되기를 기원한다만
세상 일 알수는 없다.
<야구. 몰라요.> 보다 더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