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것일지 모르지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하소연인지 반성문인지 모를 아침 브런치글을 쓰고

주말까지 지방 출장 가는 아드님을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고

집에다 차를 파킹해두었더니 벌써 아홉시가 되었다.

처음으로 에어컨을 26도에 맞추어두고는(순전히 고양이 설이의 건강과 저속노화를 고려해서이다.)

어제 예약해둔 방문 상담을 하러 나선다.

생전 처음해보는 세무 상담이다.


2월 28일 정년퇴직 후 3월 초 개인사업자 등록을 해두었다.

교육관련 컨설팅 및 기타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과감하고도 무모한 등록이었으나

지금까지는 일이 들어온 것이라고는 없다.

누가 나같은 신참에게 일을 맡기겠냐만 일이 저절로 들어오는 시대가 아니다.

입찰이나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아직은 정보만 살살 입수하는 형편이고

2학기부터는 한번 그 세계에 뛰어들어볼까 했었는데 재취업이 된 상황이다.

그런데 2025년 제 1기 확정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라고 안내가 왔다.

사업실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이래저래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세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방문상담 코너가 있더라.

그래서 어제 오늘 10시로 신청해두었었다.


그래도 지난번에 사업자등록증 발급 관계로 한번 방문했다고 두려움은 조금 덜하다만

세무서, 경찰서 하다못해 주민센터도 들어가기 전에는 위압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을 만나러 가는 것인데 말이다.

도움을 얻기 위해 가는 것인데 말이다.

몇 번 가보지 못한 낯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만.

그런데 입구에서 아차 싶은 마음이 든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방문 상담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고 상담실이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다양한 영역의 세금 관련 민원을 한 사람이

모두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세무서에 도착해서야 든다.

집을 나서는 준비를 하다가 세무서에서 온 전화를 놓친 것이 생각났다.

그 번호로 담당자를 검색하고 위치를 찾아 간다.

그런데 그 앞에는 도어락이 걸려있고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내선 번호를 또 어찌저찌 찾아서(지나가는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담당자를 만났더니

<그 문제는 제 담당이 아닙니다. 로 시작한다.>

대부분이 공무원을 만나거나 무언가를 알아보러 방문을 할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모든 민원 발생의 시작점이다.

저렇게 대답하지 말고 일단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해당 부서를 안내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물론 일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만...

교육공무원이었던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반성해보면서

결국 나의 궁금증을 반의 반도 해결하지 못한채

세무사 사무소를 찾아가야하나 고민하면서 세무서를 나왔다.

그래도 입구에서 부가가치세 실적없음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나왔으니(안내 담당자가 있었다.)

무언가 일생에 처음해보는 새로운 한 가지를 처리는 했고 어느 곳에다 질문을 해야할지 방향도 찾았으니

소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어제보다는 덜 더운 것 같고 아직 오전이라 살살 걸어서 귀가하기로 한다.

그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망향 비빔국수집이 있으니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뿔싸. 영업 개시전이다.

그 옆에 있는 다이소는 막 문을 열었다.

날파리 퇴치용 끈끈이와 1인분 양의 음식소분용 용기를 구입하려는데 아침 일찍이라 계산대에 직원이 없다.

모두 물품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할 수 없다. 무인 계산기를 써보는 수밖에...

QR 코드를 찍으면 되는 간단한 과정인데도 역시 처음해보면 한번에 잘되지는 않는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코드를 찍고 카드 계산에 성공한다.

이게 뭐라고 뿌듯하다.

포장해서 가려던 사거리의 빙수 맛집도 아직 오픈 전이다.

10시 반은 너무 이른 시간인가보다.

학교에서는 3교시가 시작될 시간이다만...


집에 와서 또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우선 오픈전이라 먹지 못했던 망향 비빔국수를 배달 시켜 먹는 것에 도전해본다.

아들 녀석이 배달시킨 것을 같이 먹기만 해봤지

내가 음식을 배달시킨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최소 배달 금액을 맞추기 힘들어서도 그렇지만

휴대폰에 내 정보를 너무 많이 깔아두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약간은 있다.

휴대폰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믿지 못한다.

어찌저찌 이곳저곳을 눌러가면서 나의 첫 음식 배달에 성공한다.

야호. 23분 뒤 배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이번에는 온라인 쇼핑에도 도전해본다.

이번주 월요일 <불꽃야구>에서 처음으로 PPL 광고를 했다. 선스틱이다.

여름 내내 사용하면 되겠지 싶고

마침 골프 라운딩이 두 번 있으니 겸사겸사

헛된 쇼핑은 아니라고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불꽃야구>에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될까 싶어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한다.)

나의 첫 온라인 쇼핑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오늘 이렇게 생전 처음 해보는 새로운 것에 씩씩하게 도전했다.

엄청 빠르게 앞으로는 더 빠르게 변화할 시대에 발맞추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빠르기로 따라는 가야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새로운 시도는 절실한 필요성이 동반될수록

그 효과가 높다.

뭐든 닥쳐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절실함으로 부딪히는 사람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이제 나의 첫 배달 음식인 비빔국수 1/3과 김말이, 갈비만두, 작은 닭튀김 하나씩을 배부르게 먹었는데

이제서야 12시이다.

지 오늘 하루가 아주 길 것만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고양이 설이야 늙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