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64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가끔씩 뜬금없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곤 한다.

여름이라 시원한 음식이 대부분인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고

나도 내 뇌의 흐름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맛난 먹거리에 연연해한다.

먹거리에 대한 욕구를 누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수면욕구밖에는 없을 듯 하다.

나에게는...


어제는 구입한지 오래 되어 싹이 날지도 모를 감자를 삶아서 아침으로 한 알 먹었는데

나머지 네 알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 엄마 필살기가 생각났다.

폭 삶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흰 감자에 버터를 녹이고 설탕을 뿌리고 감자를 뿌셔뿌셔 준다.

우리 엄마의 치트키는 커피에 넣는 프림 한 스푼을 넣는 것이었는데

나는 프림은 넣지 않는다.

건강에 좋을 것 같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나면 폭신폭신한 감자요리가 그냥 떠먹어도 달달구리 맛나고

살짝 구운 식빵안에 넣어먹어도 녹진하니 맛나는데

그 감자요리의 정식 이름은 모르겠다.

감자 샐러드가 가장 가까운 이름일까나?


오늘 나의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쇼핑 안내가

뜬 것은 고구마순 김치였다.

한참을 살까말까를 고민했었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적당하게 삭혀야 그 고유의 맛이 나는데

작년의 내가 만든 고구마순 김치는

한번은 너무 물렀고 한번은 너무도 안 물러서

옛날 엄마가 해주던 물말은 밥과 함께 하면 밥 한 공기 뚝딱하던 그 맛이 영 안났었다.

오늘 사진으로 본 고구마순 김치는 엄마표보다는 고춧가루가 더 많이 들어가보였는데

내가 망설인 이유는 나빼고는 임씨 두 명은

고구마순 김치를 좋아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혼자 다 먹을 자신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직 부추김치도 있고 파김치도 있고 무엇보다도 아들 녀석은 구분 못하는 마늘쫑 무침도 있다.

아니 어떻게 고구마순 김치와 고추장 마늘쫑무침을 구별을 못하는 거냐?

겉으로봐도 고추장과 고춧가루인데 말이다.

물론 먹어보면 구분을 한다.

둘다 아들녀석은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다.

니가 어떻게 그 두 음식의 오묘하고도 신기한 맛을 알겠느냐. 모르는게 당연하다.


그리고는 어제 올 여름 첫 포도를 샀는데 아직은

그 본연의 맛이 안난다.

거봉이나 청포도나 샤인머스켓 이런 종류말고

우리나라 고유종인 진한색의 포도만을 좋아한다.

캠벨이라고 오늘 후배가 이름을 알려줬다.

그런데 포도는 그 맛과 당도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라

내 취향의 포도를 골라오는 일에는 시력과 실력이 필요하다만 이번 것은 실패이다.

실패를 판가름해주는 심판관은 아들 녀석이다.

다른 과일에는 너그러운 판정을 내리나 포도에 있어서만은 그 기준이 엄격하다.

미술랭 판정단이나 흑백요리사 심사위원 수준이다.

가장 후하게 점수를 주는 과일은 수박이다.


이번 주 시작한 방과후 특강에는 간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교육청 지원금으로 예산이 지원되는데 간식비 항목으로는 그 예산을 사용할 수 없는거다.

괜찮다. 늘상 그랫듯이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간식으로 사가지고 가서 핑계김에 나누어 먹으면 된다.

지난 월요일에는 요새 다시 최애 과자군에 합류한 몽쉘이었고

(최애 프로그램에서 최애 선수가 열심히 먹고 있었다.)

금요일 간식은 오늘 2+1으로 구입한 모나카와 빠다코코낫이다.

모나카는 친정 아버지 최애 간식군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고(이 모나카는 그렇게 많이 달지는 않아서 좋다.)

빠다코코낫은 이유는 딱히 모르겠으나 예전부터 내가 가끔 먹던 과자이다.

마침 편의점에서 2+1 행사를 하길래 내돈내산으로 얼른 구입해서

1개씩은 집에서 내가 먹고 나머지 2개는 금요일 방과후 특강 간식으로 제공하면 되겠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공부하다가 먹는 간식의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데

학교 예산이 안 된다면 내가 그 기쁨을 함께 나누면 될 것이다.

까짓거 강사비의 5%는 간식비로 쓰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될 것이다.

(보통 10%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만...)

간식 먹으러 왔다가 공부하고 가면 되는 것이다.

시작은 무엇이든 계기는 무엇이든 결과가 훌륭하면 괜찮다.

나쁜 일은 물론 제외하고 말이다.

내일은 새벽에 움직여야하는데 왜 이 시간에 생뚱맞게 아이스커피 아니면 생맥주 한 모금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생맥주가 생각나는 일은 거의 삼년만에 처음인 듯 싶다.

더위에 두뇌 회로에 오류가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번 주 더위가 극성이다.

어제 막내동생이 있는 목동지역은 거의 스콜처럼 비도 왔다고 한다. 여기는 안왔다. 서울 엄청 크다.

우리나라가 점점 동남아 기후가 되어가고 있다.

딱히 동남아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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