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상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침 일찍 남편은 항암을 위한 혈액 검사를 위해 집을 나섰고
(이 글을 쓰는 중에 들어와서 저녁을 먹는 중이다.)
아침 아홉시에는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를 이천호국원으로 이장하는 시스템에 들어가서
이장 날자를 확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날이다.
아무리 납골함만 옮기면 되는 일이라고 해도
옛말대로 하면 묘지를 옮기는 일이니 마음이 쓰인다.
지난 주 막내 동생이 현재 모신 공원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해드렸다만
(나라에서 잘 관리해주는 곳이니 우리가 어찌 될지 몰라서 옮긴다고.
손주들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너그러이 이해바란다고.)
그리고 마침 8월 21일까지는 윤달이라 묘지 이장이 괜찮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그 일을 주도하는 입장인 나로서는 신경이 쓰이고 부담이 된다.
9시 이전에 들어가서 시스템과 날자 확정 과정을 연습하였으나
정작 약속된 시간인 9시가 되고나니 여러명이 동시 접속했는지 시스템 오류가 뜬다.
다른때 같으면 놀라고 당황했을 터이지만
이제는 <불꽃야구> 티켓팅에서 많이 보던 상황이라 당황하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다시 진입해서 8월 19일을 찜했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미션 성공이다.
다음 미션은 초빙교수 임용 관련 서류를 최종 확인하고 발송하는 일이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가 제출일이지만 세상 일은 도통 알 수 없으니
오늘 인쇄물도 뽑고 그간에 준비한 서류도 두 번 세 번 꼼꼼하게 챙겨서 우편 발송을 했다.
그 사이에 골프 연습 삼십분을 했고
아들 녀석과 감태 김밥과 낙지 볶음밥도 먹고(감태 김밥이 산뜻하니 맛났다.)
틈틈이 을지로 4가 큰 빌딩 지하 2층에서 오늘 방과후 특강 강의 준비도 했다.
자잘한 미션들이다.
그 와중에도 항암을 하러간 남편 걱정이 틈틈이 내 머릿속을 찾아온다.
그것을 잠시래도 잊어버리고 싶어서 바쁘게 일을 하는 것인데
아르바이트가 많아져서 갑자기 많이 바빠졌고
바쁜 와중에 남편 걱정이 되니 몸과 마음이 급속 힘들어진다.
역시 사람은 멘탈이 일상을 좌우한다.
지금 항암주사를 무사히 맞고
의사에게 아주 나쁘지 않은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
그래서 어제보다는 암세포와의 전쟁에 다시금 투지를 올리고 있는
남편이 가지와 두부구이를 잘 먹고 있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몽롱해진다.
그리고는 갑자기 바빠질 앞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몰려올까
내가 괜한 욕심을 낸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최애 프로그램 <불꽃야구>의
나보다 무려 20살은 많으신 노감독님을 보면서(아직 펑고를 직접 쳐주시고 매번 연습에 참여하신다.)
다시금 의지력과 전투력과 정신력을 올려야하겠다.
주어진 상황을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그냥 힘없이 포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