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그 서늘했던 수영장의 기억
오늘의 소독 아르바이트는 우이동 오래된 아파트이다.
세대수는 작고
나이드신 토박이들이 많고
대기 장소는 남자 어르신 노인정이라는게(뻘쭘할텐데)
내가 알고있는 정보의 모두이다.
아참 정기 소독이 아니라 추가 소독날이니
신청한 세대 위주로 돌면 된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먼저 가본 친구의 말로는 내가 가보려고 했던 멋진 북한산 앞 호텔안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했다.
거리가 멀어서 수당에 추가 만원이 있다니
커피값은 나오겠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늘상 그렇듯이 동부간선도로 진입에 실패하고
(내비언니는 왜 동부간선도로라고 안하고 도시고속도로라고 알려주는거냐? 나 같은 길치 당황스럽게)
늘상 있는 길 못찾기인데도
오늘도 마음의 상처는 가시지 않는다.
그 주 도로를 놓치니 이곳 저곳 동네마다 눈구경을 하고
예상 도착시간은 십오분이 늦춰졌다만
(역시 어린이보호구역 통과때문이다.)
응팔에 나온 쌍문동과 방학동 같은 추억의 동네 이름들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때 누가 방학동에서 전학왔다해서 거짓말인줄 알았었다. 돌아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우아하게 북한산 초입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나를 그 옛날로 데려다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
여름 방학에 아버지와 우이동 계곡 어디쯤의 그린파크 수영장에 갔었더랬다.(수영장 이름이 지금까지 기억나는게 신통방통하다.)
머리에는 꽃이 주렁주렁 달린 노란색 수영모자를 쓰고(그때 유행이었다만 눈에 잘 띄는 효과가 탁월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필수템이었겠다.
그 많은 사람들속에서 나의 존재감을 뽐내었다만 많이 창피했다.)
일년에 딱 한번 오는 수영장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처럼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수영복만 입고 밖에 있으려니 너무 추워서 입술이 파래지려는 순간
수영장 속 젊은 오빠들이 소리친다.
수영장 물속이 더 따뜻하다고.
나는 반신반의했으나 선택지가 없어 수영장으로 들어갔는데 와우. 오빠들 말이 맞았다.
분명 우이동 계곡물을 끌어와서 차고 시원했었는데 말이다.
물의 큰 비열과 많은 사람의 체온으로 인한 열평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것이다만(동생은 누가 수영장 안에 소변을 눈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없다.
그날 그 수영장에 함께했던 사람들만 체험으로 느꼈을 뿐.
그러니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우연히 소나기를 만난다면 그냥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어보시라.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게 될것이다.
그날의 기억의 강렬함이 근 오십년이 지나서도 뚜렷하다.
그리고 그때 멋졌던 우리 아버지의 수영 실력도 뚜렷하다.(부산 출신이시다. 해운대에서 소싯적에 수영 좀 하셨단다.)
우이동은 그렇게 나에게 강렬한 곳이다.
오늘은 안개와 비에 싸여있는 북한산이 계속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