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라 쓰고 노인문제 체감이라 읽는다.
아파트 소독 아르바이트 3번째이다.
그리고 오늘은 나 혼자 오롯이 추가 소독 담당이다.
물론 두 동짜리 아파트이니 혼자가 가능하다.
시간에 맞추어 관리사무소에 가봤더니 신청 세대수가 10여 곳이다.
이런 꿀 아르바이트가 다 있나?
지난번 정기소독에 거의 80 세대 이상을 했었으니 오늘은 누워서 떡먹기인 셈이다.
오다가다 쓰레기도 잘 줍고
요새 방과후 특강 가서 학교 과학실 청소도 해주었던 복을 오늘 받나보다.
게다가 눈을 들어 길 건너를 올려다보면 북한산에 신비한 안개와 구름이 장관이다. 멋지다.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의 특권인 멋진 식물들과 안정감과 고즈넉함은 덤이다.
소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리나라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깨닫게 된다.
소독하라고 벨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는 세대의 70%는 어르신만 계신 집이다.
물론 데이터 신뢰성은 떨어진다. 내가 기록한 것은 아니고 체감이다.
그 지역의 특수성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장소가 다 다르다.
데이터가 더 많이 수집되면 다시한번 이야기해보겠지만 독거 어르신 세대가 꽤 많다.
나의 몇 년 후 모습이다. 당장 내년의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어르신들 중 엄청 집을 깨끗하게 하고 짐도 잘 정리하고 멋진 분들도 가끔 계신다만
이제 혼자서 그 집안 청소 및 관리에 버거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한 분들도 많다.
특히 개수구에 소독약을 분사하는 내 시선에서 보면
머리카락이 마구 모여서 뭉쳐져 있거나
주위를 청소한 흔적이 안 보이거나
그런 집들이 심심찮게 있다.
노인 문제 심각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집 청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다.
그렇다고 매번 청소 도우미를 쓰거나 구청에서 보내주실 수는 없는 법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양로원에 가신 시어머님은 그곳을 천국이라 부르신다.
맛난 거 주고 덥고 춥지 않고 깨끗하고 자신과 이야기 나누어줄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천국이라 하신다.
멋쟁이에 깔끔쟁이에 요리도 잘하시는 시어머님이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버타운이 청소와 요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정말 와닿는다.
아직은 소독 아르바이트에 숙련된 친구처럼 방문하는 집집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데
청소가 잘 되었는가 아닌가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짐 정리가 잘 되어있는가 아닌가도 물론이다.
소독 아르바이트는 몸을 써서 나에게 배고픔과 꿀잠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나의 노후를 어떻게 어디서 보낼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도 던져준다.
이런 멋진 아르바이트가 다 있나. 몸도 정신도 정화되는 느낌이다.
물론 땀도 엄청 난다. 허리는 조금 아프지만 최고이다.
물론 이 아르바이트는 8월까지 한정이다.
2학기 강의 시간표가 만만치 않다. 수업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