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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52

우주과학 방탈출게임 인솔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여름방학 방과후 특강은 외부 체험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지난 시간 우주의 탄생에 대한 이론 수업과 간단한 실험을 하고

오늘은 우주과학 내용을 기반으로 한 방탈출게임에 도전한다.

물론 과학전문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도 골라두고

과학 관련 궂즈도 감상하고

영양 만점의 사과주스와 ABC 주스도 마셨다.

학생들은 이제 ABC 주스가 왜 ABC인지 분명하게 알았다.

사과-비트-당근을 갈아만든 주스라는 것을 말이다.


안국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지난번 혼자 산책삼아 걸었을 때와 동생과 걸었을 때는 그리 먼 길인지

힘든 길인지 몰랐었는데 오늘은 힘들었다. 학생 인솔이 그런 법이다.

도착하고나니 나도 학생들도 힘들어서 음료를 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아니다. 나만 힘들었나보다. 학생들은 금방 책들을 넘기고 고르고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림책으로 되어있는 책부터 그 어려운 코스모스와 총.균.쇠까지 다양한 영역의

자연 과학 관련 책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는 성인들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 안내도 붙어있다.

조류 탐색과 식물 탐색도 있고 과학수사기법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내가 참여해보고 싶은 내용들이다.

2학기에 대학에서 함께 수업해보고 싶은 내용들인데 거리가 너무 멀다.

오늘 골라놓은 책은 여름방학 방과후 특강이 끝날때까지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6명이 팀플레이로 하는 우주과학 방탈출게임에 돌입했다.


나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는 그들을 관찰만 했다.

에어컨이 너무 낮은 온도여서 목도리를 꺼내서 둘러보아도 나는 추웠다만

열심히 미션을 해결하는 그들은 하나도 춥지 않았나보다.

역시 머리를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 사용이 많아서 몸을 덥게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방탈출게임은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다양한 소품이 주는 효과 및 공간의 외벽부터 천장까지

꼼꼼이 단서를 찾아 살펴야하는 고품격의 프로그램이었다만

단지 중학생이 하기에는 난이도가 꽤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미션을 해결해나가려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물어보았더니 문제를 꼼꼼이 읽어야는데 대충 읽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스스로 문제점도 찾아냈다.

선물로 받은 행성 그림의 막대사탕은 소중히 어머니께 가져가 드리겠다는 멋진 녀석들이었다.

나는 즉석 떡볶이를 사주는 것으로 그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사전 안내를 했다.

우주의 탄생과정에서 원소에 생성에 대해 배웠으니

이제 원소에 대한 최종편 주기율표에 대한 수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화학 혹은 의학, 약학 계열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요소인 주기율표를 다 외우는 일은 쉽지 않다.

30개까지 외우는 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만

우리가 연예인 30명 이름쯤은 다 외우지 않는가?

스포츠 스타 30명쯤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특징을 잘 파악하고 익혀보도록 하자. 그런 뜻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학생 인솔이어서 그런지 밥을 너무 적게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두가지 모두의 합이었는지 힘이 많이 들었다.

푹 쉬고 싶은데 아직 빨래를 개키는 일이 남았다.

나의 고양이 설이가 세탁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2학기 내 수업의 모토이기도 하다.

저 그림속의 문구...

과학이 문화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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