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66

더위를 이겨내는 엄마표 음식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구 온난화가 진짜 진짜 피부까지 와 닿는다.

수업 시간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프를 그려보고 실험도 해보고 다양한 관련 활동을 해볼만큼 해봤는데도

더위를 별로 심하게 느끼는 편이 아닌 나를 믿고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었나보다.

더위보다는 추위를 엄청 타는 나라서 조금은 믿거니 괜찮겠거니 했었나보다.

더위쯤이야 참거나 피할 수 있으려니 했었다.

그런데 올해 그 정점을 찍는 더위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는 말도 실감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며칠 덥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해마다 덥구나 하는 정도가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었다.)

올해처럼 아이고 더워서 못살겠다는 말이 나오는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이 슬로건이 더 와 닿는다.

<당신이 체험하는 제일 시원한 여름. 올해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워딩들이 많이 있다. 아찔하다.

아침 일곱시 반인데 에어컨을 틀게 되다니.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다.

매미도 더워서 더 심하게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미의 울음소리와 기온과의 관계에 대한 논문이 있으려나.


이러니 입맛이 있을 리가 없다.

금요일 점심 학교 지인들과 힘을 내려고 먹은 보양식 전복갈비탕도 전복 하나와 국물 조금만 먹었을 뿐이고

수박 주스는 설탕에 빨간 물 부어준 수준이라 한 모금 먹고 버렸고(이건 진짜 너무 하더라)

이러다가는 나까지 기운 빠져서 안된다 싶어서

어제 점심은 호박 넣어 칼국수면 조금 먹고

저녁에는 아들 녀석과 쌀국수 먹고

약 먹는 시간 때문에 늦게 먹는 남편 식사할 때 눌은밥을 조금 더 먹었다.

아프지 않은 나도 체중 1Kg 늘어나기가 이리 힘든데

남편은 왜 열심히 먹는데 체중이 안 늘어나냐고 약간은 실망하는 듯 하다.

몸에서 사용할대로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남아야

그게 살로 가는 것인데

아픈 사람이 그게 쉽겠냐고 마치 중학생에게 설명하듯이 쉽게 이야기해주었으나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나보다.

이래서 교양으로서의 과학, 생활속에서의 과학을 가르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번 깨닫는다.


이럴때는 친정 엄마의 비법을 써야한다.

여름 철 물 말아서 뚝딱 밥 한 그릇을 먹게 해주었던 엄마의 요리말이다.

오이지를 꽉짜서 간간하게 무쳐준 것과

(마늘과 파만 넣었는데 지난번 맛본 달인의 것은 고추를 조금 넣었더라, 딱 맵지 않을 정도만)

꽈리고추 살짝 데치고 밀가루 묻혀서 쪄내서 양념한 것(오이지랑 양념은 똑같다.)

고구마순으로 만든 김치에

(요새 자꾸 인스타 광고로 올라오던데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양이 너무 많다. 나만 먹는데 말이다.)

보리굴비 한 마리 구우면 금상첨화이다.

그 보리굴비는 냄새가 안나게 바짝 말려진 것이어야 하고

잘 구워서 꾸덕꾸덕하며 손으로 결다라 잘게 찢어져야 하니 거의 장인 수준이 되어야 한다.

돌아보면 우리 엄마는 요리를 즐겨하는 편도 잘한다고 느낀 적도 별로 없었는데

왜 힘들때면 엄마표 요리만 생각나는 것일까?

아마 남편도 시어머님표 요리가 생각날 것인데

내가 해주는 그 맛은 아닐 것이라 아쉬울 것이다.

오늘 아침은 버섯과 파프리카 구이와 고등어 구이

남은 불고기로 찌개 만든 것(추억을 살리려 달걀 하나 풀어준다.)

그리고 시원하게 어제 만들어 놓은 많이 달지않은 미숫가루가 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오늘도 먹어보자.

증량을 위해서 그리고 살아내기 위해서...


(나의 고양이 설이도 너무 더워서 힘드는지 창문을 열어놓으면 창틀 위에 주로 머문다.

그 녀석에게도 별식 두 개를 새벽 배송시켰다.

힘을 내보자.

아직 7월이라는 것이 함정이면 함정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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