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밥 한 끼를 함께 먹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이던가
오늘은 그래도 방과후 강좌 하나만 있는 스케쥴이고
멋진 후배 강사님을 특강으로 초청해두었으니
내 업무 강도는 이번 주 들어서 제일 약한 날이다.
그런 날은 신기하게도 먼지가 눈에 심하게 들어오고
(고양이 설이의 털은 나의 컨디션에 상관없이 너무도 잘 눈에 띈다만)
갑자기 냉장고 정리가 하고 싶고
(남편 지인이 농사지은 야채를 엄청 많이 보내주셨다. 냉장고가 꽉 찼다.)
밑반찬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정이 없는 날이 쉴 수 있는 날인데 말이다.
아침부터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바나나와 토마토를 갈아 스무디처럼 만들어두고
어제 저녁 남편이 주문한 황태미역국과
점심 도시락으로 놓고 갈 오므라이스를 후딱 만들어 놓았다.
후딱이 되는 이유는 내가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고 소량이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음식을 만들면서 간을 본다고 내가 1/5은 먹는데
요즈음은 음식만 하지 영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나만 그렇겠나? 이 더위에 입맛이 있다는 사람이 이상한 것일게다.
수업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내일 처음 가보는 면접 장소를 미리 답사한다.
마침 오늘 수업하는 학교 근처이고 내가 여러번 돌아다녔던 곳이어서 부담감은 덜하다.
낯설고 처음 가보는 곳을 찾아가는 일은 항상 긴장감이 있다.
본태성 길치에게는 그렇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나의 아침을 책임져 주었던 빵집에 들러서
코코넛 가루를 묻힌 조그만 빵(이것은 처음 사봤다.)과 몇번 먹었던 치즈스틱을 사고
점심 대용으로 먹는다.
사진 속의 음료와 함께 말이다.
저 음료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만 유명 카페의 여름 한정 메뉴라는 것에 혹했는데 맛있었다.
역량 있는 후배의 멋진 수업을 보조교사를 하면서 함께 들었는데 학생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들었을 수도 있다.
오늘 처음 본 그래프를 멋지게 그리는 프로그램을 새로 알았다.
게다가 무료 프로그램이다.
역시 배울 것은 많고 시간은 없다.
저녁은 그저께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 조기찌개이다.
많이 맵지는 않게 그러나 맛갈나게 감자깔아서(무우가 생채만드느라 똑 떨어졌다.) 조기찌개를 끓이고
양배추, 가지, 고구마 길게 찢어서 간장 베이스로 볶으면서 녹말풀 약간 넣어 걸쭉하게 탕수 기분을 내고
오이 탕탕이를 만들었다. (비닐랩에 오이를 넣고 탁탁 두드려서 일정하지 않게 토막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요즈음 무생채, 깍두기, 오이 탕탕이 등을 한 두 번 먹을 정도로만 만들때에는
비닐랩에 양념과 함께 넣고 흔들어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게 손으로 조물조물 섞어주는 것보다
양념 배여드는데는 더 효과적인듯도 하다.
과학적인 이유까지는 모르겠다만 느낌은 그렇다.
저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해두었는데
잠깐 밖에 나가 지인을 만나고 들어온 남편은 어지럽고
(정상인 나도 더워서 어지러울 정도이다.)
발이 무겁고 감각이 떨어진다고(어제 오랫만에 산책을 해서 그럴까?)
우울함이 얼굴 가득이고 밥 생각이 없다 한다.
환자를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인데
그래도 환자만 하겠나 싶은 마음으로 견딘다.
외삼촌,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에 이어서 남편이 환자가 된지 10개월이 되어간다.
본격적으로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된지는 한달째이다.
낮에 마신 저 음료 한 잔이 다시 생각난다.
아마도 마음이 답답해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