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오타쿠에 머물러도 괜찮다.
늦은 나이에 일생에 없던 일생 없었던 오타쿠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고백한지 꽤 되었다.
<불꽃야구> 라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있다.
보는 유튜브는 주로 그것이고
덩달아 프로야구 중계도 가끔 보고
그 사이에 사장되어있었던 야구 부심이 다시 살아났고
마지막 학교에서 운명처럼 야구부가 있어서
그들과 야구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을 하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었다.
아직은 초보 오타쿠이다.
물론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신기함도 있다.
그리고는 지난 주 고척 직관에서도 나보다 몇 수 위 오타쿠님들의 열정에 놀라기만 했었는데
(비 예보가 있는 그 1주일 전 울산 직관도 다녀왔다는 말과 링거를 맞고 응원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오늘 이 더위 속에 야외 구장인 인천 문학 구장으로
또 직관 응원을 가신다는 분들에 더더욱 깜짝 놀랐다.
나는 물론 다음 주 화, 목, 토요일에 중요한 업무가 있기도 하고
월, 수, 금요일에는 방과후 특강과 소독 아르바이트가 있는 바쁜 주이기도 하고
(와우 글을 쓰다 보니 알았다. 풀로 일정이 채워져 있는 주이구나.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에어컨 바람 때문인지 소독 아르바이트의 약품 때문인지(마스크를 쓰고 한다만)
목이 조금 칼칼하고 무거워서 약을 먹고 있어서
직관 갈 엄두를 못냈었다.
그런데 그 약이 온 몸을 엄청 나른하게 만든다.
자꾸 졸리고 몸이 꺼지는 느낌이다.
나는 목 감기약 정도를 먹고 이런 느낌인데
남편은 그 강하고 강한 항암약을 먹으니 어떨까 싶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감각이 떨어지고 저릿저릿한 느낌이 계속 심해진다하니
그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몸이 아프면 오타쿠의 길도 걷기 어렵다.
오타쿠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그 세계에 처음으로
발 들어놓은 나로서는 짐작할 수도 없다.
오늘 경기는 6시부터인데 이 더위에 벌써 야구장으로 다 출동하셨다.
게다가 오늘은 우리 오타쿠팀(엄밀하게 말하면 감독님 팬클럽인셈이다.)의 캡틴이 출동하셔서
사진처럼 플랭카드도 걸고 기념품도 나누고 하는
자체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더위에 말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마음이어야 저런 경지가 되는지 나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거다.
3월부터 8월까지는 그래도 내 스케쥴에 여력이 있어서 비공개직관 3회, 공개직관 2회를 다녔지만
아제 2학기가 되면 직관 1회가는 것도 쉽지 않은 시기가 온다.
그래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유튜브를 볼 것이지만
그 자리에 함께해서 응원하는 체험은 더 이상 어렵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쓸쓸해지는 마음이다.
오늘 이 더위에 선수들이나 응원단이나 모두 모두 더위에 지지않고 멋진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나이드신 그러나 너무도 정정하신 우리 팀 감독님과
다양한 외부 압력에 홀로 대항하고 있는 단장님도 힘냈으면 좋겠다. 아니다.
뒤에 나와 같은 서포터즈들이 있다.
나는 <불꽃야구> 오타쿠임을 사방에 선언하고 다니고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서포트(유니폼 구입, 키링 구입, 유튜브 본방시 소액의 슈퍼챗 결제, 광고해주는 선스틱 구입, 광고해주는 곳에서 음식 배달 등)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들이 나에게 주는 기쁨에 대한 나만의 소소한 보답이다.
그리고 직관 응원을 못가더라도 응원하는 마음만은 누구 못지 않게 최대치라는 것을 이야기해둔다.
나에게 오타쿠의 기쁨을 알게 해준 <불꽃야구>.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