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다.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해보자.

by 태생적 오지라퍼

그런 생각은 버린지 오래이다.

나 혼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다는 생각.

아마도 30대 초반에 버린 것 같다.

주부도 엄마 역할도 멋진 일타강사 선생님 역할도

딸과 며느리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한때는.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모두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것을 쉽사리 인정하게 되지는 않는다.

슈퍼우먼이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모델일 뿐이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부터였다.

나 혼자와 둘이 된 남편과의 삶까지는 어지 저찌

내 생각대로

조금은 어설퍼도 내 역량에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듯 했으나

아이가 태어나니 180도 바뀐 현실이 되었다.

일단 밤에 숙면이 힘드니 학교에 출근해서도 다시 퇴근 후 집에 와서도 늘상 졸렸다.

졸리면 힘들고 피곤하고 나른해지고 무언가를 해볼 의지가 안 생기고

이런 일들이 줄줄이 따라오게 된다.

아이는 왜 그렇게 자주 아픈 것인지 병원을 순방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일이었다.

이러니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생활은 꿈꾸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고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육아는 친정 부모님과 동생들이 도와주었다.

봐주시는 도우미를 썼던 기간도 있었고

대학생이었던 막내동생과 대학을 막 졸업했던 동생이 수시로 봐주고 이뻐해주었다.

그들에게도 몹시 힘든 일이었음을 이제는 잘 안다.

그 좋은 시절에 조카를 봐주고 있다니 말이다.

많이 늦었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스스로 혼자 하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알게 모르게 힘든 육아시기를 동료들이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었을 것이라고 돌이켜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은 육아 시간 사용도 되고

유치원도 잘 되어 있으니 옛날보다는 덜 힘들지 모르겠지만

육아란 아직도 난이도 최상의 업무이다.

내가 해본 업무중 가장 힘든 업무이다.

이 더운 날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을 부모님들 힘내시라.

다음과 같은 우스개 소리가 있다.

<방학하는 순간 부모님들에게는 고생 시작이고

개학하는 순간 부모님들은 고생 끝이라고.

교사들은 방학하는 순간 고생 끝이고

개학하는 순간 교사들은 고생 시작이라고>

부모이면서 교사인 나에게는 계속 고생인 이리저리 힘든 날들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녀석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나 혼자 살 수 없고 나 혼자 완벽하게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 가장 분명한 존재이다.


지금 내 나이가 되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이 점점 더 명확해진다.

하루에 두 가지 약속은 수행하기가 힘들고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멀티도 쉽지 않고

일주일 단위로만 머릿속에 떠오르고(그것도 요일로만 구분된다. 날자는 기억에 없다.)

조금 멀리 있는 앞날을 약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중학교 학생들과의 방과후 특강이 있는 날이고(총 4회 남았다.)

그 특강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 오늘은 막 박사학위를 딴 후배님을 초청했고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도우면서 나도 시사점을 찾아보려 한다.

강의도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서 언젠가부터 벗어나서

주변의 멋진 선생님들을 특강 강사로 모시고 있다.

나보다 더 수업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

나의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주변의 도움으로 함께 살아간다.

물론 초빙 강사님들께 수당도 드리고 맛난 점심도 사드릴테지만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찾아오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도 보탬이 된다면 아주 기쁘겠다.


(오늘 배경 사진은 소백산 천문대에서 후배가 찍어 보내준 별 사진이다.

나는 이 정도 퀄리티로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소백산 천문대까지 갈 체력도 없고

밤을 거의 꼬박 새고 천체 사진을 찍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후배의 작품을 감상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나의 몫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타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